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 역사 지구 보행자 전용 거리에 설치된 태극기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멕시코 시민. 뉴스1
“멕시코는 ‘축제의 나라’예요. 40년 만에 다시 월드컵을 개최하는데 밤낮 가리지 않고 파티를 벌이는 건 당연하죠.”
멕시코시티 시내 소나로사에서 만난 클라우디아 에르난데스는 멕시코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흥겨운 라틴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소나로사는 한국의 인사동 같은 거리로 외국인, 현지인이 뒤섞인 멕시코시티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로 유명하다. 클라우디아는 “멕시코인은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다’면서 모두 국민이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렸다. 개막까진 며칠 남았지만, 설레는 마음 때문에 일찌감치 거리로 나와 월드컵 분위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파티 분위기다. AFP=연합뉴스
소나로사 거리엔 경적을 울리며 “멕시코”를 연호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축구 유니폼을 입은 인파도 몰려다닌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웬만한 식당 카운터에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멕시코시티 곳곳엔 라울 히메네스를 비롯한 자국 대표팀 스타 선수들을 모델로 내세운 음료, 스포츠 브랜드 등 광고판이 즐비하다. 출입이 통제된 멕시코시티의 아스테카 스타디움에도 멕시코인이 몰려와 기념 촬영을 찍는다. 아스테카는 북중미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장소다.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한국시간으로 12일 맞붙는다. 멕시코, 남아공 모두 한국과 같은 조별리그 A조 팀이다. 여기에 체코도 포함됐다. 멕시코의 또 다른 월드컵 본선 개최 도시인 과달라하라는 축제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과달라하라 광역구에 위치한 사포판의 안다도르 20 데 노비엠브레 거리가 대표적이다. 사포판 역사 지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거리는 과달라하라에서 조별리그를 치르는 국가들을 상징하는 화려한 조형물로 옷을 갈아입었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 조형물은 멕시코시티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AFP=연합뉴스
그 아래로 지나가는 인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심지어 주인과 발걸음을 맞추는 반려동물들까지 10명 중 3명꼴로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이 거리에는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해 이곳 과달라하라를 찾는 스페인, 우루과이, 대한민국, 체코,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총 7개국의 국기가 걸려 있다. 태극기 앞에는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현지인들의 대기 줄이 유난히 길게 늘어서 눈길을 끈다.
반면 이번 월드컵의 메인 개최지인 미국은 개막을 목전에 두고도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북중미 월드컵은 48개국이 참가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3개국에서 104경기를 치른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 미국은 75%에 해당하는 78경기를 자국 안에서 개최한다. 공동개최국 중 미국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과거 월드컵 개최국에서 볼 수 있었던 열광적인 축제 분위기는 미국에서 아직 감지하기 어렵다.
아스테카 스타디움엔 기념촬영하는 팬들이 몰렸다. 강정현 기자
결승전이 열리는 뉴욕만 봐도 현재 축구보다 농구가 인기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가 27년 만에 결승전에 진출하면서다. 맨해튼 거리 곳곳은 닉스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눈에 띈다. 타임스스퀘어 전광판과 스포츠 바에서도 월드컵보다 닉스 관련 뉴스로 도배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수천 달러에 달하는 고가 좌석을 중심으로 미판매분이 속출하면서 개막 직전인 현재까지 상당수 경기에 수천 장의 잔여석이 판매 중이다.
오는 12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미국 대표팀의 개막전도 2200여석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좌석들의 최저가는 1940 달러(약 300만원)에 이른다.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부 경기 입장권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축구 열기가 높은 지역인 마이애미 정도가 월드컵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이곳은 리오넬 메시가 뛰는 인터 마이애미의 연고지다. 마이애미에서는 해안가 공원마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남미풍의 라이브 음악 공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