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지목되면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14년 만에 특별 외환공동검사에 나선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 표시된 원·달러 환율. 뉴스1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14년 만에 특별 외환공동검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과정에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됐다는 판단에 따라 외국계 은행과 시중은행들의 선물환 거래 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과 한은은 이번 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공동검사 권한을 가진 두 기관은 NDF 거래를 포함한 선물환 거래 내역과 외환 포지션 운용 현황을 집중 점검한다.
한은과 금감원의 외환공동검사는 통상 외환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을 때 동원되는 고강도 점검 수단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환율 불안이 심화하면서 수차례 실시됐으며, 마지막 공동검사는 2012년 이뤄졌다. 현재는 외화 유동성이 충분하고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데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기업 실적 전망도 양호한 상황이어서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환시장 변동성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NDF 시장을 정조준한 것은 최근 원화 약세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미래 환율에 베팅하는 선물환 거래다.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일 때 한 달 뒤 환율이 1550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는 달러 매수(원화 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이후 환율이 실제로 상승하면 차익을 얻고, 반대로 하락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원화 거래 없이 환율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기 때문에 실물 원화를 보유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다.
해외 헤지펀드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원화를 직접 거래하기 어려운 만큼 싱가포르·홍콩·뉴욕 등 역외 NDF 시장을 사실상 원화 투자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달러 NDF 일평균 거래 규모는 155억5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27.7% 증가했다. 이는 전체 선물환 거래(189억4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시장이 국내 현물환 시장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한 뒤 뉴욕 NDF 시장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딜러들과 투자자들이 이를 다음 거래일 환율 상승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시간으로 밤에 발생한 역외 NDF 거래가 다음 날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준다”며 “역외 시장이 국내 시장을 움직이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금융위원회에 이어 9일 금감원이 이틀 연속 시중은행 및 외은지점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최근 역외 NDF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환율 쏠림 현상을 점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주요 은행에 대한 외국환포지션 점검 주기를 기존 월 단위에서 주간 또는 일간 단위로 단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반면 은행권에 이달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고도화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는 시행 시점을 올해 말까지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외화 조달 부담은 완화하되, 환율 투기나 시장 교란 가능성에 대한 감시는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선 외은지점 등 은행을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나 시장교란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