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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천 12곳 ‘동일 득표’…장동혁도 빠진 ‘쌍둥이 숫자’ 음모론

중앙일보

2026.06.09 01:45 2026.06.09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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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3지방선거 관내 사전투표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3지방선거 관내 사전투표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부정선거 음모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는 이른바 ‘쌍둥이 득표’가 발단이 됐다. 같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위 후보의 관내 사전투표 득표수가 쌍둥이처럼 동일한 투표소가 여러 쌍 나타나면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우연의 일치”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까지 직접 나서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부정선거 의혹에 편승했다.

9일 선관위에 따르면 인천시장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에서 관내 사전투표를 개표한 결과 1·2위 후보가 동시에 두 곳에서 각각 동일한 득표를 한 지역은 총 12곳(6쌍)이었다.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송도 1동과 송도 2동에서 그랬는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 3030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 1440표로 쌍둥이 득표 현상이 발생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왼쪽)와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5월 29일 각각 인천시 사전투표소인 송도2동 행정복지센터, 문화창작지대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왼쪽)와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가 5월 29일 각각 인천시 사전투표소인 송도2동 행정복지센터, 문화창작지대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전남광주시장 선거에서도 광주 송정 1동과 전남 고흥군 금산면의 득표수가 민형배 민주당 후보 1401표,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120표로 각각 일치했다. 이어 신안군 하의면-여수시 삼일동(민형배 506표, 이정현 42표), 화순군 이양면-강진군 병영면(민형배 444표, 이정현 46표), 함평군 엄다면-장성군 북하면(민형배 606표, 이정현 57표), 보성군 노동면-신안군 팔금면(민형배 356표, 이정현 42표) 등 총 10곳(5쌍)에서 동일 득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표 참조)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런 소식은 소셜미디어와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연속 12번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확률”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부실선거 문제와 맞물리며 부정선거의 증거라는 취지의 음모론이 확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한 이용자는 “한두 군데도 아니고 수십 곳에서 동일한 현상이 벌어지는 걸 우연으로 볼 수가 있느냐”며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혹 제기는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았다. 인천시장과 전남광주시장을 민주당에 뺏긴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의혹 규명을 요구하며 참전했다. 장 대표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정복 후보와 박찬대 후보 간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할 확률은 5억9000만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남광주 선거 사례까지 더하면 5억9000만분의 1의 확률을 6번 곱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우연한 사실이 발생했다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공천포전지훈련센터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서귀포시선관위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공천포전지훈련센터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서귀포시선관위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우연한 결과일 뿐”이라며 답답해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2곳의 주요 후보자 득표수가 동일한 것만 보지 말고 각 사전투표소의 선거인수와 후보자별 득표수, 무효 투표수 등 전체 투표 데이터를 봐야 한다”며 “1·2 후보 득표수를 제외한 다른 수치는 모두 서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전체 선거인수는 송도 1동 4548명, 송도 2동 4540명으로 차이가 있었고, 이기붕 개혁신당 인천시장 후보는 송도 1동에서 61표를 얻었지만 2동에선 47표를 얻어 득표수가 불일치했다. 선관위 측은 “1·2위 후보 득표수를 조작하려고 다른 값까지 모두 손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개표 과정에서 조작이 벌어진 것”이란 의혹 제기에도 선관위는 적극 반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지역의 사전투표함은 서로 다른 투표지 분류기와 개표 담당자를 거쳐 독립적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예컨대,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2개 동의 개표소는 같았지만 송도 1동 관내 사전투표함은 제11반 투표지 분류기에서, 송도2동 관내 사전투표함은 제4반 투표지분류기에서 각각 개표가 이뤄졌다. 전남광주시장 선거 개표 과정에선 10곳의 개표소가 모두 달랐다. 투표지가 섞일 수 없는 구조란 것이다. 여기에 투표함 개함→투표지 분류기 분류→육안 확인 및 심사·집계→위원 검열 등 개표 과정에서 각 정당과 후보가 지정한 참관인이 감시하는 구조여서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후보 측 인사가 개표를 모두 지켜보는데 조작이 있었다면 가만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4·15 총선 인천 연수을 재검표 이뤄지는 인천지법. 2021년 6월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4·15 총선 인천 연수을 재검표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재검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에 따라 이뤄졌다. [사진공동취재단]

4·15 총선 인천 연수을 재검표 이뤄지는 인천지법. 2021년 6월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4·15 총선 인천 연수을 재검표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재검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에 따라 이뤄졌다. [사진공동취재단]


통계학자 역시 “근거가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박민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해당 선거구의 각 후보 지지율, 유권자 성향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확률만 계산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건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같은 지역 안에 같은 후보자의 지지율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유사한 득표수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확률이 높다, 낮다라고 따지는 건 (제반 요소가 많아) 너무도 복잡해 계산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선거가 끝나면 부정선거 음모론은 반복적으로 되살아나곤 했다. 2020년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민경욱 전 의원이 당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서울·인천·경기 사전투표 평균 득표율이 각각 63%와 36%로 같다”며 부정선거를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민 전 의원은 이후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확률적인 눈속임이나 통계적 오류가 있는 수치를 통해 유권자를 현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며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만큼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선동”이라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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