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기념식수를 한 전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북·중 정상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서도 함께 대응하는 새로운 동맹의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요한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고 밝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만족한 견해일치가 이룩”됐다고 과시했다.
시진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지난달 14~15일)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을 잇달아 만나 의견 일치를 끌어내면서 북·중·러 ‘3각 반미 연대’ 고리의 완결성을 만들어 낸 모양새다. 특히 양국 발표에서 모두 북핵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회담에서 “앞으로도 조중 친선을 가장 중대한 제1의 전략적 사업으로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회담에서는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 진행되고 복잡다단한 정세 속에서 조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굳건히 고수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수호할 데 대한 문제들이 논의”됐다고도 했다. 양국 주권을 넘어 세계 발전 수호까지 의제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하는 진영 간 대결에서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의 혈맹인 양국이 공동 대응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북·중 동맹을 통해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까지 견제하겠다는 예고인 셈이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정은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 당과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 당과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 성원할 것”이라며 사실상 협력을 약속했다.
다만 전날 중국 매체들이 북한과 군대 간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시진핑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북한 매체들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해외 군사작전의 위험성을 경험한 데다 원치 않는 구도에서 대만 분쟁에 휘말리는 데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김정은이 여전히 트럼프와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명시한 가운데 회담 결과 보도에서는 핵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비핵화도 등장하지 않아 중국이 사실상 이를 묵인하며 ‘관리 모드’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이사회에서 북한이 영변에 새로운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지난 3일 핵시설 사찰 때 공개된 사진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의 딸 주애는 시진핑 방북 기간 중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한동안 주애에게 자리를 내줬던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오랜만에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지켰다. 이설주는 시진핑 부부 도착 때 공항 영접부터 환영 행사, 만찬, 환영 공연 등 공식 일정 대부분을 소화했다.
이는 북한이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이 동행한 데 맞춰 정상국가의 정상외교 의전을 연출하려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또 시진핑과 주애의 만남 자체가 중국이 북한의 4대 세습을 추인하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 중국 측이 이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