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9일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포럼에서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인공지능(AI)에서 협력하면 어느 나라도 건드리기 힘든 전략적 무기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SK]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생겼다. 일부 시스템을 합치면 비용도 낮아지고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9일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반도체 등 연대가 성사되면) 어느 나라도 우리를 건드리기 힘들어진다”며 “경제안보적으로 생각할 때 시스템과 생태계가 망가지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도쿄 임페리얼호텔에서 열린 제31회 ‘아시아의 미래’ 특별포럼 ‘한·일 특별세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양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견고한 한·일 관계를 뒷받침하는 다각적 경제협력’을 주제로 한·일 경제연대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 SK와 최종현학술원이 기획하고 중앙일보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일본 총리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기조연설에서 한·일 우호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제가 총리에 취임했던 2021년만 해도 양국 관계는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하는 매우 엄중한 상태였다”며 “하지만 양자 관계를 안정시키고 나아가 함께 시대를 개척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사소통을 거듭했고 2023년 ‘셔틀 외교’ 재개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이어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두 나라 관계를 위해 공급망, 에너지, AI 등의 분야에서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수도권 집중,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를 푸는데도 양국 협력은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상에 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다시 들어선 이후, 동맹의 의미와 자유무역 질서는 근본적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에너지 안보, 반도체 패권 등에 직면해 있기에 ‘어느 쪽에 설 것인가’를 묻기 전, 먼저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영상 축사에서 “정부는 양국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일 특별세션을 계기로 한 양국 협력 발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최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스미토모화학 고문, 가토 마사히코(加藤 勝彦) 미즈호은행 행장이 참여한 대담에선 ‘복잡해지는 국제정세 속 한·일의 지향점’을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다.
최 회장은 ▶에너지 ▶AI ▶저출산 대응을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회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한·일 협력이 규제와 표준의 차이, 단기적인 정치 상황이나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두 나라 정부가 다방면의 협력 의제를 한데 모으는 ‘빅 텐트(Big Tent)’ 형태의 상설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도쿠라 고문은 “두 나라의 공통 과제인 에너지 자급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혁신 원전 개발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가토 행장도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액화천연가스(LNG) 등에서의 양국 기업 협력을 예로 들며 “실무적 협력을 발전시켜 한·일 경제연대를 구체화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