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WWDC 2026’ 기조 발표 무대에 오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2년간 공개가 미뤄졌던 애플의 ‘시리 인공지능(AI)’이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애플의 연례 개발자 행사 ‘WWDC 2026’에서다. 오는 9월 1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팀 쿡 CEO가 15년 임기를 마무리하며 오른 마지막 WWDC 무대이기도 했다.
시리 AI란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입힌 서비스다. 챗GPT·제미나이 같은 별도 앱을 열지 않아도 ‘시리야’라고 불러 호출하거나 특정 버튼을 눌러 AI를 쓸 수 있다. 과거 시리보다 음성 대화가 더 자연스러워지고 인식 정확도도 높아졌다. 또 웹상에 있는 정보를 활용해 답변할 수 있다. 이날 무대 시연에서 마이크 록웰 시리 담당 부사장이 “(가수) 수키 워터하우스의 샌프란시스코 공연이 언제야?”라고 질문하자 시리는 “7월 26일”이라고 답했고, “티켓 추첨 신청하라고 알림 설정해줘”라고 말하자 알림도 알아서 설정했다.
애플은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을 이해한다는 점을 시리 AI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화면에 보이는 내용뿐 아니라 문자·메일·사진 등 다른 앱의 정보까지 활용한다. “친구 A 집에 들렀다 가는 길 알려줘”라고 하면 A와 주고받은 문자에서 주소를 찾아 경로를 안내한다. “지난주 강릉 여행 사진을 공유 앨범으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알아서 사진 앱을 조작해준다.
다만 이런 기능들이 완전히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맥락을 읽어 사진을 정리·공유하고, 일정을 자동 등록해주는 AI 에이전트는 지난 2월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에도 비슷하게 탑재됐다. 또 이번 WWDC가 발표가 AI에 집중되면서,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폴더블 폰이나 스마트 글래스 같은 새 하드웨어 발표도 없었다. 여러 번 지적된 것처럼 애플이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결국 제미나이를 엔진으로 사용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날 WWDC에선 팀 쿡 CEO가 기조 연설 말미에 그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늘 애플의 북극성(목표)이었다”며 “그 사명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은 일생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