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14년 만에 특별 외환공동검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과정에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영향력이 과도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외환 당국의 고강도 대응이 이어지면서 한때 1560원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은 1510원대로 내려앉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과 한은은 이번 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공동검사 권한을 가진 두 기관은 역외 NDF 거래를 포함한 선물환 거래 내역과 외환 포지션 운용 현황을 집중 점검한다.
한은과 금감원의 외환공동검사는 통상 외환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을 때 동원되는 고강도 점검 수단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수차례 실시됐으며, 마지막 공동검사는 2012년 이뤄졌다. 현재는 외화 유동성이 충분하고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외환 당국은 역외 NDF 시장을 원화 약세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미래 환율에 베팅하는 선물환 거래다.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일 때 한 달 뒤 환율이 1550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는 달러 매수(원화 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이후 환율이 실제로 상승하면 차익을 얻고, 반대로 하락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원화 거래 없이 환율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기 때문에 실물 원화를 보유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다.
해외 헤지펀드와 투자자는 원화를 직접 거래하기 어려운 만큼 싱가포르·홍콩·뉴욕 등 NDF 시장을 사실상 원화 투자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달러 역외 NDF 일평균 거래 규모는 155억5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27.7% 증가했다. 이는 전체 선물환 거래(189억4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 시장이 국내 현물환 시장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한 뒤 뉴욕 NDF 시장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딜러와 투자자가 이를 다음 거래일 환율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역외 시장이 국내 시장을 움직이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도 이날 시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역외 NDF 수요를 국내 외환시장에서 흡수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 관리관은 “시장 질서를 훼손하거나 환율의 일방향 쏠림을 조장하는 투기적 거래 및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외환 당국의 연이은 고강도 대응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9원 하락한(원화 가치 상승) 1512.1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오전 1555.2원에 개장한 뒤 정부가 고강도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급등세가 다소 진정됐다. ‘달러 큰손’인 국민연금의 환헤지도 환율을 끌어내렸다. 환 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특정 환율로 미리 고정해두는 조치다.
하지만 원화가치를 끌어내릴 변수는 여전하다. 중동 사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의 시작점인 미국과 이란 전쟁이 끝나고 달러의 힘이 약해지는 것밖에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며 “그전까지 상단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