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 홀로 사는 최모(81)씨는 집을 찾은 광진구 중곡보건지소의 한지혜 주무관에게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날 최씨의 집은 모처럼 북적였다. 최씨의 구강 건강을 위해 보건소 직원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치과위생사인 한 주무관은 “나이가 들면 잇몸 탄력이 떨어져 음식물이 치아에 자주 낀다”고 최씨에게 설명했다.
이어 “침이 충분히 나와야 음식물이 잘 넘어가는데, 여러 약을 먹으면서 입이 마르는 경우가 많다”며 침샘 분비를 촉진하는 운동법을 안내했다. 30여분 간 한 주무관의 설명을 들은 최씨는 “집에 사람이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큰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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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치과 가보니…“사람 와 기뻐”
이날 방문은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방문 구강건강관리 사업’의 일환이다. 보건소 소속 치과의사·치과위생사가 거동이 불편하고 구강 건강 문제가 있는 65세 이상 노인의 가정을 찾아가 맞춤형 관리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됐고, 지난 3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가 전국에서 시행되면서 사업이 확대됐다.
사업의 배경에는 고령층의 열악한 구강 건강 문제가 있다. 만 70세 이상 고령층은 3명 중 1명꼴(29.3%)로 음식물을 씹는 데 불편을 느낀다(2024년 질병관리청).
하지만 경제적 부담, 거동 불편 등으로 치과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치과 진료가 필요했음에도 1년 이내 진료를 받지 못한 비율(미충족 치과의료율)은 60~69세에서 38.9%로 전체 평균(37.4%)을 웃돌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강 노쇠는 폐렴과 같은 중증 질환은 물론 치매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노년기 건강 관리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소속 박정미 치과의사와 장영은·강혜린 치과위생사가 현씨 집을 찾아 구강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채혜선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직원들이 찾은 현모(65)씨도 비슷한 사례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현씨는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거동도 불편해 구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칫솔질조차 쉽지 않다.
이날 검진 결과 현씨는 어금니가 대부분 상실됐고, 윗니는 치아 뿌리만 남아있는 등 구강 상태가 심각했다. 보건소 측은 현씨가 추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외래 진료비 2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씨를 진료한 박정미 의무사무관(치과의사)은 “어르신들은 씹는 힘과 삼키는 근육이 약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구강 관리를 스스로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올바른 관리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력 부족이 사업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191명의 치과의사가 사업에 참여 중인데, 77.5%(148명)가 공중보건치과의사다.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 등 상당수 지역은 사업 운영을 공보의에 의존하고 있다.
인력난 탓에 사업 참여 지역도 제한적이다. 전국 지자체 261곳 가운데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107곳(41%)에 그친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방문 구강건강관리 사업까지 병행하다 보니 업무 부담이 큰 편”이라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지역이 많아 지역 간 구강 건강 서비스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 확산을 위해 인건비 지원을 포함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