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멤버 허윤진. ‘젠지(GenZ)의 책장’ 연재에 참여하는 인터뷰이들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과 함께하는 자신의 모습을 셀피로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붐팔라’ 활동 중이던 지난달 말 사진을 보낸 허윤진은 인덱스를 여러 군데 붙인 영문판 『싯다르타』를 들고 있었다. [사진 쏘스뮤직]
“책은 내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편한 곳이다.”
올해 데뷔 4주년을 맞은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25)을 소개할 때 책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메이크업을 받거나 촬영 대기를 하는 동안 독서하는 모습이 여러 콘텐트에서 공개됐고, 두꺼운 책을 손에 들고있는 허윤진의 ‘공항 사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달 22일 정규 2집(타이틀곡 ‘붐팔라’) 컴백에 앞서 서면으로 만난 허윤진은 “부모님이 어린 나를 키웠다면, 지금의 나를 키워주는 건 책”이라며 책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아이돌이다. 4년간 연습생으로 지낼 때부터 쌓여온 ‘불안’을 포함해,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작사·작곡·프로듀싱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앨범 활동을 앞두면 특히 생각이 많아진다. 마음의 중심을 찾아야 할 때 읽는 책을 최근 다시 펼쳤다”며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를 소개했다.
Q : 이 책은 어떻게 읽게 됐나.
A : “처음으로 『싯다르타』를 읽은 건 2025년 11월이다. 우리 가족은 불교를 믿는데, 그해 여름에 다 같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스님을 뵈러 갔다. 스님께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도움을 많이 받았던, 정말 아끼고 애독하던 책’이라며 선물해 주셨다.”
『싯다르타』는 주인공 싯다르타의 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를 따라가며 ‘자기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모두에게 사랑받던 그는 자신의 삶이 더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싯다르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를 스승 삼아 고행을 시도하기도 하고, 속세의 생활을 통해 평범한 인생을 경험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장년이 된 그는 권태로움을 느끼고, 강가에서 삶을 끝내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강가에서 자신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신성(神性)을 깨달으며 각성한다.
Q : 이 책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길래 다시 읽은 건가.
A : “전에는 너무 힘든 순간이 오면 상황을 외면하고 가면에 숨기도 했다. 그래야 삶이 살아지니까. 그러나 언젠가는 약한 모습의 나를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최근 깨달았다. 오히려 그때가 되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 또한 선명해진다는 것도 알게됐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싯다르타』를 만났는데 문장들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허윤진은 특히 공감했던 문장을 골라 인용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 그것은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나를 너무 두려워하였으며, 나는 나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민음사 판본, 61쪽)”
『싯다르타』는 내면 탐구의 발자취를 소설로 남겨온 헤세의 작품 중에서도 ‘체험을 통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소설이다. 헤세는 이 책의 초반부를 쓰다가 창작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다. 그렇게 자기 체험 기간을 약 1년 반 정도 거친 후에야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Q : 책을 읽으며 허윤진의 인생을 바꾼 체험도 떠올랐을 것 같다.
A : “맞다. 여동생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가르쳐달라고 말한 유년의 순간이 기억난다. 그 후로 유튜브를 보며 기타를 독학하고 곡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전환점이다.”
Q : 삶을 사랑하게 됐다는 후기가 많은 고전이다.
A : “이 책이 주려는 핵심 메시지란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강물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동시에 내가 강물이며 나라는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는 지혜를 내 삶 속에 단단히 새길 수 있었다.”
Q : 평소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A : “내 마음 속 의문을 건드리는 책에 손이 자주 간다. 쉬는 날 자주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서점이다. 알아보시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 오히려 알아봐주신 분과 서로 책을 추천하면 재밌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웃음)”
더중앙플러스-젠지GenZ의 책장
지금의 20대는 연간 독서율이 유일하게 상승(202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한 세대다. Z세대 기자가 Z세대 독자를 만나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매주 월요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