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청와대가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에 따른 4부 요인 긴급 회동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의 상근화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중앙선관위원장을 현직 대법관이 겸직으로 맡던 관례가 63년만에 깨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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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동안 현직 대법관이 선관위원장
헌법 제114조 제2항은 ‘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돼 있다. 위원들끼리 위원장을 뽑으면 되는 구조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선관위가 1963년 창설된 이후 63년 동안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는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선거관리를 행정부나 정당에 가깝게 두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서 비롯됐다. 사법부 소속인 법관은 정치권으로부터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17개 시·도 선관위원장 역시 모두 현직 법관이다. 재판을 본업으로 하고 선거관리 업무를 추가적으로 맡는 구조가 굳어졌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뉴스1
정치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을 초래한 원인으로 선관위원장이 비상근이라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상설기관인 선관위의 책임자를 법관이 겸직하다 보니,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고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강해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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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임 명예직…선관위법 5·6조 개정 필요”
선관위원장 상근화를 하는데 헌법상 제약은 없다고 한다. 다만 선관위원의 신분 등을 명문화한 선관위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 선관위법 5·6조 등은 선관위원장의 법적 지위를 비상임 명예직으로 정하고, 상임위원 1명만을 상근으로 두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선관위원장의 상근직화를 위해서는 1명만 둔 현재 상임위원의 숫자를 늘리고, 상임위원 중에 위원장으로 호선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관위원장을 보좌하고 그 명을 받는다고 규정한 상임위원 역할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차 교수는 “‘위원장이 아닌 상임위원은 위원장을 보좌하고 명을 받는다’고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위원장은 상임으로 한다’, ‘위원장 신분을 정무직으로 하고 상근하도록 명시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7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입구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보수 성향 단체는 중앙선관위 앞에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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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전직 대법관이 대안, 공정성 담보”
선관위원장의 상근화를 할 경우 중립성과 독립성 침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지역 선관위원장을 지낸 한 법관은 “작은 지역은 선관위원들이 후보들과 다 형·동생 하는 사이일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법관처럼 상징적으로 중립적인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선관위원장을 지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관위 부위원장들은 대부분 지역 유지들이라 판사에게 맡기지 않으면 공정한 운영을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선관위가 어떤 결정이나 고발을 한쪽 편에 유리하게 하면 선거 관리에 정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상근 선관위원장직에 전직 대법관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나 검찰 출신이 위원장을 맡게되면 공정하게 관리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대법관 출신 중에 공적 영역에서 활동한 분들이 포함되면 공정성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관 출신 변호사는 “전직 대법관 중 석좌교수로 지내거나 로펌 등에 새로 취업하지 않은 분이라면 대법원장이 새로 지명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