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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습도까지 맞춰 나사 조절…100명이 할 일, 60명이 한다 [AI 일자리 지각변동]

중앙일보

2026.06.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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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부품 제조업체 신성델타테크 창원 공장에 있는 인공지능(AI) 로봇은 기온·습도에 맞게 나사 조임 강도를 조절한다. 사진 신성델타테크

가전부품 제조업체 신성델타테크 창원 공장에 있는 인공지능(AI) 로봇은 기온·습도에 맞게 나사 조임 강도를 조절한다. 사진 신성델타테크

경남 창원의 가전부품 제조업체 신성델타테크. 공장 1층에는 세탁기 회전통에 세탁물을 넣는 스테인리스 통을 결합하는 자동 체결 로봇 십여대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예전에는 작업자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세탁기 1대 당 17개 나사를 일일이 조였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 두뇌를 갖춘 로봇이 기온과 습도에 맞게 나사 조임 강도를 조절해가며 제품을 조립한다. 생산라인 곳곳에 카메라 촬영 영상을 분석하는 ‘비전 AI’ 기기가 불량 여부도 꼼꼼히 살핀다.

이 회사의 이동한 대표는 “3년 전부터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AI 설비를 도입한 뒤 이전에 100명이 하던 일을 60명이 할 수 있게 돼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인건비가 올라도 오히려 직원 복지에 신경 쓰며 인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전부품 제조업체 신성델타테크는 3년 전부터 기존 자동화 설비에 인공지능(AI)를 본격 적용하고, 조립·불량품 검수 등의 작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 신성델타테크

가전부품 제조업체 신성델타테크는 3년 전부터 기존 자동화 설비에 인공지능(AI)를 본격 적용하고, 조립·불량품 검수 등의 작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 신성델타테크

제조 현장부터 사무실까지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변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1만5000명 줄었다.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 업종은 연구개발(R&D), 정보기술(IT) 서비스, 법률·회계 등 고학력 전문직 비중이 높은 분야다. 업계에선 생성AI 확산으로 문서 작성과 코딩·회계 등 지식노동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전직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서울 명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모(33)씨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6년간 개발자로 일하다가 지난 2월 사표를 내고 해외 비행전문학교에 입학했다. 박씨는 “AI 확산으로 결국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는데, 실제 회사가 AI 도입을 이유로 신입 채용을 줄이려는 걸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실제 아마존은 올해 1월 1만6000명 감원 계획을 내놨고, 메타는 2028년까지 전체 인력의 20%를 줄이기로 했다. HSBC홀딩스도 2만명 규모 감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과 해고가 유연한 이들 글로벌 기업은 감원 이유로 AI·자동화에 따른 인력 효율화를 내세웠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이르면 올해부터 AI가 촉발할 ‘고용 없는 호황’이 본격화될 거라 경고했다. 힌턴 교수는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수개월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까지 AI 혼자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AI의 업무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식 기반 직종 인력을 대폭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일자리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I 시대에 맞는 ‘산업별 직무 재설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하는 방식과 산업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며 “AI를 혁신의 도구로 삼아 ‘어떤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객원교수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실무 교육과정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고, 기업이 청년 인재를 직접 육성할 수 있도록 인턴십, 직무 훈련 프로그램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의 감각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넘기는 숙련 전수 체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신규 채용을 줄이게 될 경우 숙련자의 노하우(암묵지) 전수가 줄며 기업의 경쟁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AI 혁신의 그늘을 고려해 새로운 직업 훈련과 고용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미.김수민.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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