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윤·한 싸울 때도 배웅은 했다…순방길 ‘정청래 패싱’ 숨은 뜻 [view]

중앙일보

2026.06.09 13:00 2026.06.09 13:2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 일정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 일정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9박 10일간의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환송 행사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배웅을 받으며 김혜경 여사의 손을 잡고 전용기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탑승 직전까지 김 여사를 사이에 두고 김 총리와 담소를 나눴다. 청와대는 대통령 출국 직후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관위 부실 관리 대응 등의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두어 청와대 및 내각 인사 등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날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선거 책임론의 연장선상에서 정 대표와 조우하는 그림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민주당 중진 의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길 곳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6·3 선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한 직후 정 대표의 환송 불참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8일 오후 ‘이번에는 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청와대의 연락을 받았다”며 “대표가 안 가는 데 원내대표만 갈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의 9박10일 순방길에 여당 대표가 환송하지 못한 건 이례적이다. 과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겪던 윤석열 전 대통령도 체코(2024년 9월), 아세안(2024년 10월) 순방 때 한 전 대표의 배웅과 마중을 받았다. 현 정부 들어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모든 순방을 서울공항에서 배웅했다.

지난 4월 24일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뉴스1

지난 4월 24일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뉴스1


민주당 내엔 이 같은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전당대회에 앞서 정 대표의 거취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가 적지 않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년 내 (대통령이) 나가실 때 의전 상 그런 적이 없다”면서 정 대표의 거취에 대해 “백 가지 잘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책임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명확하게 정리해줬다”며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을 정청래 지도부는 알아차리라”고도 했다.

전직 민주당 의원도 “후임 총리 후보를 지명한 마당에 (대통령이) 정 대표는 막고 김 총리만 부른 것은 ‘정청래 대 김민석’ 대결에서 대통령이 한쪽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정 대표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누가 이기든 전당대회의 후유증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자리 16개 중 12개를 가져왔지만, 선거 초반 후보의 기세가 좋았던 서울·대구·경남 등을 결국 국민의힘에 내줬고, 재보궐선거 중 가장 주목받았던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에서 패했다. 정 대표는 지난 4일 선거 결과에 대해 “전국적 큰 승리”라고 자평했지만, 이 대통령은 8일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시청하는 모습.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시청하는 모습. 뉴스1


5일 의원총회 이후 정 대표는 잠행중이다. 환송 참석 불가 방침으로 갑자기 일정이 빈 이날 정 대표는 전북을 찾아 대표적 친청(친정청래) 인사인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과 오찬하고 지역 사찰을 방문했다. 6·3 지방선거에서 진영 내 공천 잡음을 딛고 민주당이 사수한 전북은 정 대표가 지선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다. 이 당선인은 통화에서 “내가 요청해 잡힌 번개(만남)”라며 “고생했다는 덕담을 나눴을 뿐, 전당대회 이야기는 맹세코 없었다”고 했다.

선거 직후 친여 게시판에서부터 달아오르던 ‘친명 대 친청’ 대결은 이 대통령 회견을 기점으로 폭발하는 모양새다. 8일 이언주 의원이 지도부 책임을 거론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데 이어, 9일 친명계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전북이 위기라고 총동원령을 내리고 지나치게 매몰된 결과 다른 지역 선거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당 대표 출마 사퇴 시한 문제를 논의하자”고 페이스북에 썼다.

정 대표 측은 아직은 진화 모드다. 당 대표 정무실장인 김영환 의원은 전날 유튜브 박시영TV에 나와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 (취임 후) 독대를 10번 했다. 말을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지도부 수석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도 9일 정 대표를 겨냥한 선거 책임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선거 격전을 치르느라 고생한 당은 (환송을) 한번 쉬어도 좋겠다고 배려하신 것 같다”고 MBC라디오와 인터뷰했다. 다만 친청계 내부에서는 “누구를 찍어서 당 대표를 시킨 윤석열을 보면서 엄청 욕을 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설마 지금 이걸 하시는 건가”(이지은 민주당 대변인)라는 불안감도 적잖다. 정치권의 관심은 10일 최고위원회의와 12일 전남광주 방문으로 공개 일정 재개를 예고한 정 대표의 입에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28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깜짝 방문해 송 전 대표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뉴스1

지난 2월 28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깜짝 방문해 송 전 대표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뉴스1


이런 가운데 외교부 장관 입각설이 돌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와, 갓 임기를 마친 우원식 전 국회의장의 당권 도전 여부가 변수로 거론된다.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제3의 선택은 없겠냐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대 출마에 대해 “정청래 대표 거취를 봐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강보현.이찬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