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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이자 백신 맞고 혈전증 사망…법원 “인과성 있다”

중앙일보

2026.06.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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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접종과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사망 사이 인과성을 인정한 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정부는 그동안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과 혈전증 발생 사이 인과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시행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특별법과 더불어 이번 판결로 관련자들도 인과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덕)는 최근 접종 후 숨진 황모씨 유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화이자 백신 접종 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숨진 황모씨. 사진 유족

화이자 백신 접종 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숨진 황모씨. 사진 유족

전남 한 초등학교 체육교사였던 황씨는 지난 2021년 7월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돼 화이자 1차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후 황씨는 소화불량·구토·오심 증상이 나타났고, 지역 병원에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황씨는 정맥 혈전증으로 인해 소장 허혈이 발생하는 등 상태가 악화됐고, 소장 절제술까지 받았지만 같은 해 9월 24세 나이로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건강하던 황씨의 사망은 코로나19 백신과 연관이 있다며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정부에 피해 보상을 신청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기저질환인 기무라병(만성 염증 질환) 악화로 혈전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황씨 사망과 예방접종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해 보상을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 측이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서울대병원·세종충남대학교병원의 감정 의견을 토대로 인과성을 인정했다.



“간접적 사실관계도 고려해 인과성 살펴야”

재판부는 선고 전 “예방접종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황씨는 예방접종을 받은 지 불과 9일 후부터 이상 증상이 발생했고, 그 혈전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망했으므로,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질병관리청이 피해 보상 거부 이유로 꼽은 황씨의 기저질환과 혈전증 발생은 큰 연관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황씨의 기무라병은 일반적으로 혈소판 감소나 광범위한 정맥 혈전 형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며 “기무라병이 예방접종 직후에 발생한 혈전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 앞에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소속 40여명이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 앞에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소속 40여명이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주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연관된 현상이라고 이해되고 있다”면서도 “황씨가 접종받은 mRNA 계열 백신의 경우에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발병과의 관련성이 있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결과가 충분히 집적되지 않았다는 점을 관련성(인과성)을 시사하는 다른 논거들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논거로 참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 판결은 질병관리청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달 초 확정됐다.


사건을 대리한 의사 출신 박철훈 변호사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황씨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제대로 근무할 수 없어 국가 정책에 따라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돼 반강제적으로 접종을 받은 것”이라며 “질환마다 고유의 발병 기전이 있는데, (질병관리청이) 기무라병을 혈전증과 직접 연관 지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mRNA 백신’ 혈전증 인과성 인정 첫 사례

정부는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등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대해서만 인과성을 인정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은 mRNA 백신과 혈전증 간 인과관계를 법원이 인정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황씨의 어머니는 중앙일보에 “승소하기까지 아들이 떠나고 5년이 걸렸다”며 “재판에서 이겼다고 해도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힘든 시간 보낸 백신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4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피해 심사체계 개선과 피해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스1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4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피해 심사체계 개선과 피해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스1

정부는 지난해 10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백신 접종과 질병·사망 인과성 인정 기준을 이전보다 완화해 피해를 폭넓게 보상하기 위한 취지다. 특별법 시행 전 피해 보상을 신청했다가 인과성을 입증받지 못한 이들도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8일 설명 자료를 통해 “특별법 시행으로 피해보상 기준을 이전보다 폭넓게 적용하고 있고, 기존에 ‘지원’ 대상이었던 질환 13개를 ‘보상’ 대상으로 전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유족 등 관련자들은 여전히 정부의 피해 보상 체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방역 정책이 국가 주도로 이뤄졌는데, 백신 부작용 입증 책임은 국민에게 떠넘겼다. 특별법이 제정됐어도 여전히 그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게 정부가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변민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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