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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다르다”던 트럼프, 454조 이란 재건기금에 韓 끌어들이나

중앙일보

2026.06.15 22:46 2026.06.1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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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1·2대 이란 최고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왼쪽)와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광고판이 걸린 가운데 한 시민이 승리를 의미하는 브이자를 손가락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1·2대 이란 최고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왼쪽)와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광고판이 걸린 가운데 한 시민이 승리를 의미하는 브이자를 손가락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에 3000억 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재건 기금을 마련해줄 것을 검토 중이다. 재원은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민간기업의 투자금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과정에서 대(對)이란 제재 완화와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이 논의됐다. 이란 반관영 매체 메흐르통신 역시 지난 14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을 보도하며 미국과 동맹들이 이란에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기금을 제공하는 조항이 MOU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건은 이란이 핵 협상을 포함한 최종적인 종전 합의에 동의할 경우다. 이란과의 협상 내용을 잘 아는 미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기금 마련은 MOU를 바탕으로 (미국과 이란의) 최종 합의에 달려 있다”며 “60일간의 휴전 연장,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그리고 핵 문제 관련 추가 협상이 최종 성사될 경우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래뱅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래뱅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원은 이란의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기업이 만든다. 협상 내용에 밝은 한 관계자는 FT에 “유럽과 아시아,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기업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제재가 해제된다면 이 기금은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CBS 인터뷰에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면 (이란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련 논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재원은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도에 대해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이란에 3억 달러를 지불한다는 이야기는 민주당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지불 액수를 3억 달러로 적은 건 FT 등이 보도한 기금 규모 3000억달러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오바마, 현금 다발 보냈다”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그림. 현금을 주고 이란과 핵 합의를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왼쪽)과 달리 자신은 전쟁을 통해 합의할 것임을 강조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그림. 현금을 주고 이란과 핵 합의를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왼쪽)과 달리 자신은 전쟁을 통해 합의할 것임을 강조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그가 강조했던 “오바마 때와는 다르다”라는 입장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대가로 이란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4개국, 독일과 함께 이란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뒤 “이란에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의 현금이 가득 실린 상자들을 보냈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사실 미국이 준 17억 달러는 핵 협정의 대가가 아니라 이란이 미국에 준 무기 구매 대금과 관련돼 있다. 미국은 친미 성향의 팔라비 왕조 시절 무기 구매를 위해 4억 달러(약 6000억원)를 이란으로부터 받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자 무기를 주지 않았다.

이에 이란은 4억 달러를 돌려달라며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재판소에 미국을 제소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원금 4억 달러에 30년간 쌓인 이자 13억 달러(약 2조원)를 합쳐 총 17억 달러를 주기로 이란 정부와 합의했다.



“오바마 때보다 더 많은 돈 줄 수도”

오바마 핵합의 vs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신종합]

오바마 핵합의 vs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신종합]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합의 대가로 동결을 해제해 준 이란 자산까지 합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에 준 금액은 1500억 달러(약 225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이란에 현금을 주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밴스 부통령도 “합의에 서명했지만, 돈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투자 기금이란 명목을 내세워도 핵 합의 대가로 이란에 자금을 지원한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FT는 “MOU 체결을 비난하는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이란에 오바마보다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줄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전했다. 종전 협상 결과에 따라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이 해제되고 경제 제재까지 풀린다면 이란이 얻을 경제적 이익이 상당해서다.



이란 “재건기금은 미국의 전쟁 배상금”

지난 2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 잔해에서 여성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 잔해에서 여성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은 재건 기금 논의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 기금이 미국이 주는 사실상의 전쟁 배상금이란 논리를 통해서다. 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전략 고문인 모하마디는 14일 메흐르 통신에 “비록 배상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재건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이란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의미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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