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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외교 실패” 미·이란 종전 합의에 들끓는 이스라엘…사면초가 네타냐후

중앙일보

2026.06.1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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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라라고 저택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화면 밖)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라라고 저택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화면 밖)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에 이스라엘이 들끓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거센 국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대(對)이란 전쟁을 함께 수행해온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제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무력 충돌 중단과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호르무즈해협 정상화 등을 골자로 한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체결 소식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웃지 못했다. 이스라엘 정치권에서는 자국이 핵심 이해당사자임에도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돼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불만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대표적 강경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MOU 체결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합의를 맹비난하며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를 두고 “이스라엘과 자유 진영 전체에 해로운 합의”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레바논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의 군사적 긴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한 남성이 미사일 모형 옆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한 남성이 미사일 모형 옆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아직 종전 MOU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국의 핵심 안보 우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란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이 MOU에 포함된 반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의무는 합의문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진 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량 제한과 헤즈볼라 등 역내 친이란 대리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 차단 조치가 합의안에 담기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이유로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를 사실상의 외교적 패배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 내 많은 사람은 이번 합의를 굴복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네타냐후 총리. AFP=연합뉴스

2020년 1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네타냐후 총리. AFP=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이번 전쟁을 계기로 리더십을 복원하고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려 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오히려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전쟁 초기에는 이란의 실존적 위협 제거를 내세워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지만 미국이 조기 종전에 나서면서 전쟁의 정치적 효과가 크게 반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긴밀한 공조 아래 대이란 군사작전을 전개했지만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 급등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해관계가 급격히 엇갈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충격과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해 조기 종전을 추진한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전쟁 지속에 무게를 뒀다.

두 정상 모두 올해 말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종전 협상 막판인 14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판단력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욕설을 했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이 발표된 이튿날인 15일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시돈에서 한 실향민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이 발표된 이튿날인 15일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 시돈에서 한 실향민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야권의 정치 공세는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이스라엘 중도 성향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번 합의는 이스라엘 외교·안보 정책의 가장 충격적인 실패 중 하나”라며 “네타냐후는 ‘우리가 중동을 바꿨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로 그는 중동을 더 나쁘게 바꿨다”고 비판했다.

좌파 성향 이스라엘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 역시 “그들(미국·이란)은 단 한 번 서명을 휘갈겨 우리 전사들의 피로 확보된 거대한 군사 업적을 지워버렸고, 그 사이 네타냐후는 관중석에 서 있었다”며 “네타냐후는 이란·하마스·헤즈볼라에 이롭지만 이스라엘에는 해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0월 총선에서 실각할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도 불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정치권 전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최근 수년간 보기 어려웠던 수준의 미국-이스라엘 간 공개적 갈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안보 공약에 대한 자국 내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충돌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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