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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롤러코스터 위에서 추는 춤

중앙일보

2026.06.16 08:02 2026.06.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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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연출가·극작가

김명화 연출가·극작가

주가 5000을 외치더니 어느새 8000이다. 수직으로 상승하던 수치는 곤두박질치다 또다시 훌쩍 올라간다. 사람들은 미래의 이익을 담보로 빚을 내서 투자하고 국민연금도 주식 투자를 더 확장할 계획이란다. 사회 전체가 롤러코스터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 극작가 스테파노 마시니의 희곡 ‘리먼 트릴로지’에서 바비 리먼도 죽기 전에 트위스트를 추었다. 샘 멘데스의 연출로 몇 년 전에 토니상 작품상을 받기도 했던 이 작품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했던 금융투자사 리먼 브라더스를 다룬 작품이다. 184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갔던 리먼 형제와 그 후손들의 160년에 걸친 흥망성쇠를 조망했다.

연극 ‘리먼 트릴로지’. [사진 국립극장]

연극 ‘리먼 트릴로지’. [사진 국립극장]

작품에서 작가가 반복적으로 부각한 구조가 있었다. 자본주의가 심화할수록 나타나는 추상성이다. 초기에 앨라배마주에 정착한 리먼 형제는 목화 직거래에 뛰어들지만 곧 뉴욕으로 터를 옮겨 유통 중개로 사업을 변경했다. 목화에서 출발한 사업은 커피·석유로 확장하지만 실물 직거래가 아닌 투자 중계였고 나중에는 언제 완성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철도 건설로, 돈을 거래하는 금융 자본으로 뻗어 나갔다.

실물과 실체에 연연하지 않는 추상적 투자는 맹목적 믿음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금융 자본주의는 신앙에 가깝다. 그것이 ‘출애굽기’의 황금 소 이야기를 비롯하여 작품의 도처에 종교적 비유가 넘실거리는 이유일 터. 수익이 곧 신이다. 의심하지 말고 투자하라!

1930년대의 경제공황 때 리먼 브라더스는 살아남았지만 2008년의 금융위기는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파국까지 갔던 금융 자본주의는 타깃을 바꿔 기술주를 영접하며 오히려 더 강건해졌다. 최근에는 우주를 겨냥한 스페이스X도 상장되었다니 신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을까. 부디 롤러코스터 위에서 모두 무사하길 바란다.

김명화 연출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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