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전쟁으로 무너진 이란 인프라를 재건하는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종전 협상에서 한국 기업을 포함한 이란 재건기금 조성안이 논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건설업계의 중동 수주액은 118억8000만 달러다. 전체 해외 수주액의 25.1%를 차지한다. 국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이란 특수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백승선 해외건설협회 부장은 “전쟁 과정에서 파괴된 시설 복구와 함께 한국 기업이 과거 이란에서 시공에 참여했던 플랜트 등도 수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원 부국이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원유 매장량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자연히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에너지 인프라 재건이다. 이란의 정유·가스 생산 설비의 상당수는 1970~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대대적인 현대화가 필요한 상태다. 국내 플랜트·에너지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란 북부 카스피해와 남부 페르시아만 사이의 물류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에너지 수입원과 수출 시장 다변화의 중요성이 날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란과의 경제 협력 재개는 중동 지역에서 또 하나의 파트너를 개척한다는 의미도 있다. 전례도 있다. 1970년대 이란이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중동의 맹주로 군림하던 시기 한국 건설사는 도로·항만·플랜트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이란 수도 이름을 딴 테헤란로가 생겼을 정도다.
또한 이란은 약 9200만 명의 인구에 중위연령이 낮은 젊은 나라로, 탄탄한 내수 시장도 갖추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중반까지 이란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길어진 제재로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지만,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따라 재진출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중동의 여타 산유국과 달리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협력할 분야가 많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최종 타결에 이르더라도 의회 비준, 제재 해제 절차, 이란 내 강경파 반발 등 변수가 적지 않다”며 “양국의 갈등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냉정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