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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원청 사용자성 확대, 산업 현장 혼란 우려된다

중앙일보

2026.06.16 08:24 2026.06.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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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1만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원청 교섭 쟁취'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1만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원청 교섭 쟁취'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그제 현대자동차에 대해 급식·보안 분야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직접 교섭하라고 판단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한화오션의 급식·세탁 협력업체 노조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원·하청 교섭 범위가 생산 공정을 넘어 기업 활동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노동자 권익 보호는 중요하지만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가 무한정 확장된다면 산업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와 고용에 미칠 영향이다. 다수의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가중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노사 리스크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판단은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까지 키운다.

더 큰 문제는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급식·청소·보안 등 지원 업무까지 원청 교섭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에서 공장 구내식당 등은 일반적 도급계약 관계에 해당하며 원청의 일반적 지시권만으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시설 개선과 작업환경 관리 등을 근거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정부 지침과 현장 판단이 엇갈리면서 기업들은 어디까지가 도급 계약이고 어디부터 원청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되면 제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현대차만 해도 수많은 협력업체와 거래한다. 생산 공정은 물론 판매·물류·시설관리·급식 등 외부 협력 네트워크 전반이 교섭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 원청은 사실상 무한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기업은 이런 부담을 피해 투자와 채용에 신중해지고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진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감소를 부르는 역설을 낳는 것이다.

이번 주부터 포스코·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의 중노위 재심 판정도 잇따라 나온다. 정부와 노동위원회는 원청 교섭 책임의 범위에 명확한 기준과 합리적 한계를 제시해 산업 현장의 혼란과 투자 위축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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