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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한테 애들 뺏길라”…똥배 아저씨 우디, 이번엔 패드와 싸운다

중앙일보

2026.06.16 09:00 2026.06.1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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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시리즈 속 장난감들이 겪는 위기는 묘하게도 인간의 실존적 위기와 닮았다. 7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5’도 마찬가지. 이번 위기는 ‘스마트 기기’가 야기한다. 아이가 성장하며 관심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던 장난감들은 이제 아이의 어린 시절마저 통째로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얼핏 뻔한 스토리와 메시지가 흐를 것 같은 설정이지만, 17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5’는 시리즈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흥미진진한 장난감의 모험으로 가득하다. 우정이란 주제로 가슴을 두드리는 한 스푼의 따뜻한 메시지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하지만 주인공은 달라졌다. 그동안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가 앤디(1~3편)와, 보니(4편)의 방에서 벌어지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를 끌고 갔지만, 5편에선 카우걸 장난감 제시가 중심축으로 활약한다. 우디가 사라진 건 아니다. 4편에서 보니의 방을 떠났던 우디도 제시의 연락을 받고 돌아온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불룩한 뱃살과 허옇게 까진 뒷머리는 1995년 첫 편 공개 이후 30년간 ‘토이 스토리’와 함께 자란 세대에게 서글픈 웃음을 주기도 한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5편은 어린이로 성장한 보니가 또래 친구들과 사귀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보니는 여전히 장난감 놀이를 좋아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사귀기 위해 ‘릴리패드’(극 중 어린이 스마트 패드)를 갖게 된다. 장난감들은 보니를 순식간에 사로잡은 릴리패드에게 위기 의식을 느낀다. 어느새 둘러보니 세상 모든 사람이 하루종일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다시 버림 받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보니의 방에선 릴리패드와 장난감들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보니의 가방에 숨어 모임에 따라가려던 제시가 길을 잃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초반, 릴리패드를 상대하는 장난감들의 모습은 빠른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에 위기를 느끼는 현대인을 닮기도 했다. 그간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빌런을 통해 각 시대가 마주한 고민과 두려움을 담아왔다. 1편(1995)에서 우디를 위협하던 이웃집의 ‘파괴왕 소년’은 1990년대 중반에 유행한 X세대의 반항적인 하위 문화를, 2편(1999)에서 우디를 훔쳐간 악덕 수집가는 90년대 말 경제 위기와 함께 대두된 자본주의적 탐욕을 은유한다. 3편(2010)에서 탁아소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곰 인형엔 미국 사회에서 9·11 테러 이후 강화된 감시와 통제 사회, 안전하다고 믿었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응축됐다. 4편(2019) 골동품 가게의 고장 난 소리 상자 인형은 2010년대 후반에 불거진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를 담는 장치가 됐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앞선 시리즈의 빌런들과 달리 5편의 릴리패드는 100% 악역으로만 그려지진 않는다. ‘인공지능 비서’로서 보니를 도우려는 마음은 제시와 우디 못지않다. 매케나 해리스 감독은 최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릴리패드는 장난감들이 마주쳤던 어떤 어려움보다 큰 위기를 몰고 온다”면서도 “기계는 다 나쁘고 (아날로그 장난감) 놀이는 좋은 것이라고 말하면 쉽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섬세하고 미묘하게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테크 기술이 접목된 또다른 장난감들이 등장해 기술이 인간관계에 맺는 의미를 풍부하게 부여한다. 오작동하는 50개의 최신식 버즈 라이트이어 군단은 릴리패드에게 조종당하며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에게 예상치 못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다른 아이 블레이저의 ‘한물간’ 테크 장난감들은 길 잃은 제시를 귀찮게 하는 듯하지만 결국 제시와 릴리패드의 중간 다리가 된다. 모두 쓰기에 따라 긴급한 순간에 관계를 ‘연결’하는 도구가 된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5' 속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 코리아]


듣기만 해도 우디의 얼굴이 떠오르는 OST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You've got a friend in me)’에 이어,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른 ‘아이 뉴 잇, 아이 뉴 유(I knew it, I knew you)’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제시에게 영감을 얻어 제작된 이 곡은 제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아이 뉴 잇, 아이 뉴 유’은 지난 5일 발매 직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을 차지하며 핫샷(차트 진입 동시에 1위 차지) 기록을 세웠고, 아마존 뮤직에서 발매 후 24시간 동안 올해 가장 많은 스트리밍을 기록한 곡이 됐다.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를 탄생시키고 토이 스토리의 OST를 책임져 온 거장 랜디 뉴먼이 이번에도 향수 어린 분위기를 완성했다.

보니의 상상을 크레파스와 분필 질감으로 묘사하는 장면과, 서부 영화 ‘황야의 무법자’ 속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상징적인 판초 패션을 오마주하는 우디의 모습 등에서 픽사 특유의 깨알 같은 디테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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