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이 수업 시간 월드컵 경기 시청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성명문.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북 예천군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 월드컵 경기 시청을 둘러싼 재학생 성명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학교 교사 일부는 지난 12일 수업 시간에 북중미 월드컵 한국-체코의 조별리그 A조 1차전 시청을 허용했다.
이후 학교장이 이를 문제 삼자 재학생 A군은 다음날인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성명문을 내고 학교 측 대응을 비판했다.
학생회 부회장이라는 A군은 성명문에서 “선생님들께서 학업에 지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자 수업 시간을 할애해 경기를 보여줬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교사와 학생이 정서적 유대를 쌓는 살아있는 교육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장은 이를 두고 ‘학교에서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이라는 표현을 쓰며 선생님들을 강압적으로 호출했다”며 “심지어 경기를 틀어준 교사들을 ‘색출’하라며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 선생님들을 옥죄고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장을 향해 교사 색출을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한국의 2대1 역전승으로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과 선수들, 홍명보 감독과 코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북도교육청 “논란 장기화, 학습권에 영향 우려”
논란이 커지자 도교육청은 현재 학교 내부 분위기는 안정을 되찾은 상태로 보고 있으며 학교 측이 외부에서 논란이 계속 확산하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말고사가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이번 논란 자체가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학습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교 측은 성명문을 발표한 학생이 심리적으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자극적인 내용만 부각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교육 과정과 연계되고 구성원 간 협의가 이뤄질 경우 월드컵 경기 시청 자체는 교육활동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중등교육 담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범위 안에서 교원·학생·학부모 간 협의를 거치고 경기 시청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며 결·보강 계획까지 마련된다면 충분히 시청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사안은 사전 협의 없이 급작스럽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이 직접 올린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이고 학교는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며 “구체적인 학사 운영은 학교장 재량 사항으로 학교장 역시 학생들의 시험 준비와 학습권을 확보하려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