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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바나나 드려요” ‘열공’만 하던 대학도서관의 변신

중앙일보

2026.06.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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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도서관 1층에 마련된 바나나집에서 시험기간 학생들이 바나나를 무료로 한개씩 제공받고 있다. [사진 경북대]

경북대 도서관 1층에 마련된 바나나집에서 시험기간 학생들이 바나나를 무료로 한개씩 제공받고 있다. [사진 경북대]

지난 16일 오후 4시 경북대 중앙도서관 1층 ‘바나나.집(Banana.zip)’.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QR코드로 학생 인증을 한 뒤 차례로 바나나 한 개씩을 집어 들었다. 경북대 도서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나나가 돌아왔어요”라는 공지가 뜬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바나나 100개가 동났다. 일부 학생들은 바나나가 ‘품절’돼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경북대 도서관이 단순히 ‘열공’하는 공간을 넘어 소통과 휴식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했다. 경북대는 지역 기업과 손 맞잡고 상반기 기말고사부터 2학기 중간·기말고사 기간 동안 중앙도서관에 ‘바나나.집(Banana.zip)’을 운영한다. 하루 200개씩 총 6000개의 바나나 학생들에게 무료 간식으로 배포된다.

경북대 도서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랜덤 바나나 증정' 알림 글. [사진 경북대도서관 SNS]

경북대 도서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랜덤 바나나 증정' 알림 글. [사진 경북대도서관 SNS]

이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바나나 라운지(Banana Lounge)’를 벤치마킹해 기획됐다. MIT 바나나 라운지는 2018년부터 학생들에게 무료 바나나를 제공해 온 24시간 학생 휴식 공간이다. 초기에는 학생회와 학교의 기금으로 운영됐으나, 현재 인근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졸업 선배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 완화와 학생 간 교류를 돕는 MIT의 대표적인 캠퍼스 문화로 꼽힌다.

올해 경북대 바나나집의 첫 후원자는 대구에 본사를 둔 산업공구 유통기업 크레텍이다. 도서관 측은 보다 많은 학생에게 참여 기회를 골고루 제공하고 캠퍼스 일상에 재미 요소를 더하기 위해 배포 시간을 매일 무작위로 정했다. 당일 배포 시간은 경북대 도서관 공식 SNS에 공지된다.

최재황 경북대 도서관장은 “최근 대학 도서관이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소통과 휴식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경북대는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건강한 캠퍼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번 공간을 마련했다”며 “시험공부로 지친 학생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도서관의 바나나집. [사진 경북대]

경북대 도서관의 바나나집. [사진 경북대]

전국 대학 도서관이 휴식·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앙대는 3년 전 ‘책만 가득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크리에이티브 존’을 선보였다.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한 1인용 IT 소파와 라운드 소파, 큐레이션 서가 등을 배치했고, 동영상을 열람할 수 있는 이동형 PC도 곳곳에 배치했다. 특히 미디어 섹션에서는 학생들이 촬영과 편집 등 동영상 창작 과정 일체를 수행할 수 있는 장비를 구축해 자유롭게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상국립대는 대학생들에게만 개방하던 대학 도서관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달 28~29일 이틀간 도서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야외 책마당인 '도서관 옆 도서관'을 개최했다. 도서관이라는 정적인 공간을 캠퍼스 광장으로 확장해 책과 사람, 대학과 지역사회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열린 독서 문화의 장을 조성한 것이다.

행사 주요 프로그램으로 야외에서 자유롭게 독서와 보드게임을 즐기는 ‘북크닉’과 경남 지역 소규모 서점이 참여하는 팝업 책방, 지역민이 ‘사람책’이 돼 특별한 경험을 들려주는 사람도서관 등이 마련됐다.

이석배 도서관장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교양과 문화·예술을 제공하는 열린 교육시설로서 도서관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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