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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에도 호르무즈 대기 선박만 580척…정상화 난항에 美 ‘유료 해군호위’도 검토

중앙일보

2026.06.16 22:40 2026.06.1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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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도 호르무즈해협 통항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설된 기뢰를 놓고 우려가 여전한 데다 보험 문제, 이란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정상화가 지체될 기미가 포착되자 미 행정부는 ‘미 해군 유료 호위 서비스’라는 파격적인 카드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더해 해협 통제권의 위력을 실감한 이란이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경우 선박 통항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과정은 한층 더 복잡해질 수 있다.
16일(현지시간) 오만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선박들이 머물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오만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선박들이 머물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합의 발표 후 고작 7척 통과…해운업계는 눈치싸움

BBC는 16일(현지시간) 선박 추적 서비스 업체 마린트래픽 자료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발표 후 실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7척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현재 걸프만 일대에는 최대 580척의 선박이 대기 중인 것으로 추산됐다. 위치정보시스템을 끈 채 대기하거나 이동하는 선박도 적지 않아 대기 선박의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선사들이 통항 재개를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다. 종전 합의로 해협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안전에 대한 확신은 아직 부족하다. 해운업계에서는 다른 선박보다 먼저 위험을 감수하려는 선사가 많지 않아 누가 먼저 해협을 통과할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해협이 공식적으로 개방됐다고 해도 선주와 용선주, 보험사, 화주가 모두 항행 위험을 받아들여야 실제 선박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업체 EOS 리스크그룹의 마틴 켈리는 BBC에 “현재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뢰·통행료는 여전한 뇌관

특히 해운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변수는 기뢰다. 이란은 분쟁 초기 해협에 기뢰를 설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국과 국제 해상기구들은 실제로 일부 구역에 기뢰가 매설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해상 교통을 회복하기 위해선 기뢰 제거가 필수적인 첫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미 국방부의 의회 보고에선 완전한 기뢰 제거에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통행료 문제도 걸림돌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을 보면 관련 조항이 빠져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반대에도 통행료 부과 권한을 주장한 적이 있다. 최종 합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과 호르무즈 해협을 소재로 한 대형 반미 광고판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과 호르무즈 해협을 소재로 한 대형 반미 광고판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보험 문제도 난제…미, 유료 VIP 호위 서비스 제공까지 검토

보험 문제도 선박 통항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선주들이 해협 통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려면 보험사들이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보장을 재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상당수 선박은 이 해협을 통과할 경우 기존 보험 약관상 보장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선주들은 운항 재개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몇 가지 제한적 예외를 빼면 모든 통항이 보험 약관 위반”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가 보장을 재개하는 것과 별개로 전쟁 발발 후 급등한 전쟁위험보험료를 조정하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보험료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해협이 공식적으로 개방되더라도 선주들이 운항 재개를 서두르기 쉽지 않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미군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미 해군 호위를 붙여주는 유료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미국에 돈을 내고 신속한 호위 통항을 제공받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며 “선박에 VIP 패스를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활용해 미국에 본사를 둔 보험사들이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에 보험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美정보당국 “이란, 원하면 재봉쇄 가능”…전략카드 된 호르무즈

호르무즈해협이 이번 전쟁 이후 이란의 전략적 억지 수단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은 16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앞으로 원할 때마다 호르무즈해협 접근을 사실상 차단할 수 있다는 게 미 정보당국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미국이 해협에 대한 사실상 통제권을 이란에 넘겨준 것”이라며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인 셈”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란이 실제로 해협 재봉쇄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뿐 아니라 중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변 걸프국의 에너지 수출입이 걸린 핵심 통로다. 이란이 다시 해협을 막는다면 우방인 중국과 주변국의 반발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실제 봉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란이 해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선사와 보험사가 통항 재개를 서두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협 정상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우선 일부 선박이 제한적으로 해협을 통과하며 항로 안전성을 확인한 뒤 기뢰 제거 상황, 보험 조건, 이란의 통항 절차 등을 보며 통항량이 서서히 늘어나는 흐름이 예상된다. 무역분석업체 클레퍼의 디미트리스 암파치디스 연구원은 BBC에 “정치·군사적 차원에서는 해협이 신속하게 재개방될 수 있지만, 상업적 해운 시스템이 정상화되는 과정은 훨씬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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