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줄 왼쪽 첫번째)와 이재명 대통령(뒷줄 오른쪽 네번째)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 및 기타 정상회의 초청국 정상들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G7 정상회의 참석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중동의 급박함이 사그라들자, 프랑스 에비앙레뱅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의 시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향했다. 이들은 4년 4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를 더 압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G7 정상은 16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과 전쟁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은 AFP통신에 “정상들은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흐름이 있다는 데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한 직후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매달 2만 5000명의 젊은이가 (전쟁으로)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전쟁 종식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인명 피해를 봤다”며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합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2월만 해도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에게 “당신은 카드가 없다”며 면박을 줬고, 이후에도 러시아에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를 내주는 내용 등이 담긴 평화협정에 서명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할 수단으로 석유 제재를 꼽았다. 러시아 석유 제재 유예가 끝나느냐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당연히 미국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를 유예했다”며 “이제 석유가 넘쳐흐르니 곧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의 MOU 체결로 유가가 안정될 것이므로 제재를 복원하겠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석유 구매자나 거래 관계자에게 제재를 가했던 미국은 지난 2월 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치솟자 3월부터 일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했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운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게 등번호 47번이 새겨진 독일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선물로 건네고 있다. 47은 제 47대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를 상징하는 숫자다. AP=연합뉴스
유럽 정상들도 트럼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러 압박에 동참하길 기대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그가 매우 협조적이었고 주의 깊게 경청하는 모습도 보였다”며 “미국과 유럽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걸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쟁)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두 배로 늘려야 할 때”라고 밝혔다.
회의 기간 러시아에 대한 실제 압박도 이뤄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비롯해 에너지 수익, 방산 분야, 허위정보 유포 행위 등 관련자들을 상대로 새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전날 EU는 푸틴과 각별한 러시아 정교회 고위 성직자 게오르기 셰브쿠노프 등 러시아 개인 34명과 단체 47곳을 추가 제재했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방의 지지를 확인한 젤렌스키는 방공망 확충에 집중했다. 그는 “G7과 방공 지원 확대에 합의했다”며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지원 문제를 모두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 및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생산 면허 확보 문제도 직접 제기했다”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공격에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산 ‘패트리엇’을 동원해 이를 막고 있지만 이란 전쟁 여파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날 푸틴에게 G7 회의장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던 젤렌스키는 이날 모스크바로 오라는 러시아 측 제안을 거부하며 스위스나 튀르키예, 중동 국가 등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푸틴을 협상으로 이끌기 위해선 더 많은 정치적 압박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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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北 핵·미사일 우려…사이버 범죄 공동 대응해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G7 정상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정상들은 17일 공개된 ‘지정학적 문제에 관한 G7 정상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납치 문제를 즉각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및 사이버 범죄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합의에 대해서는 “역사적 기회”로 평가했다. 종전 양해각서(MOU)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고 이란의 지역 및 탄도 미사일 활동과 관련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면서다.
G7 정상들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내놨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이 디지털·에너지 전환과 국가 안보에 전략 자원이라고 규정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희토류와 영구자석 분야에서 G7 및 파트너 국가 외 단일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2030년까지 60% 미만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