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하락해도 소비 개선, 임금 상승 등으로 물가가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17일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중동 전쟁 종료와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 회복과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진전으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더라도 전쟁으로 훼손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와 각국의 전략 비축유 재확보 수요가 이어지면서 유가 하락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측면에서는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 개선으로 소득과 자산 여건이 좋아지면서 소비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은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 등 정책 대응이 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부 완화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최근 반도체 등 일부 IT 업종에서 나타난 임금 인상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와 소비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안팎,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 중후반 수준으로 예상했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인한 비용 상승이 석유류에 그치지 않고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와 물가 전망 경로. 한은 제공
내년에도 물가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소비 회복과 임금 상승 등 수요 측 요인이 점차 강해지면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국제유가 급등 이후 약 6개월이 지나면서 공업제품 등 비에너지 품목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했고, 이러한 간접효과가 약 1년가량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에너지 가격 충격이 점차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고 수요 회복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물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