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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에너지 식민지” 원전 부지 선정된 영덕·기장 들썩

중앙일보

2026.06.17 03:39 2026.06.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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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17일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신규 건설 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 4호기 모습. 뉴스1

한국수력원자력이 17일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신규 건설 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 4호기 모습. 뉴스1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부지가 17일 결정된 가운데, 대형원전 부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은 10여 년 만에 다시 원전 건설이 이뤄지게 돼 반색하는 분위기다. 영덕은 2011년 ‘천지원전’ 신규 건설 부지로 지정된 후 일부 토지 매입까지 이뤄졌다가 사업이 무산됐었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신규원전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400㎿급 신규 대형 원전과 700㎿급 SMR 건설 부지로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 당초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은 지난해 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서 수립됐다. 당초 지난해 7월 건설 부지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정권 교체 등으로 절차가 미뤄져 이제야 부지가 선정됐다.

영덕 대형원전 건설 재추진을 주장해 왔던 천지원전비상대책위원회 조혜선 위원장은 17일 “갑작스러운 원전 백지화에 상처를 입은 지역민들에게 이번 부지 선정은 ‘사필귀정’과 같은 결정”이라며 “과거 부지 매입도 일부 이뤄졌고 입지 조건 자체가 좋았던 곳이기 때문에 부지 선정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천지원전이 지어질 계획이었던 영덕군 영덕읍 부지 모습. 백경서 기자

천지원전이 지어질 계획이었던 영덕군 영덕읍 부지 모습. 백경서 기자


조 위원장은 “함께 유치전을 벌였던 울산 울주군은 물론 다른 동해안 지역들은 이미 원전이 밀집해 있지만 영덕의 경우 앞으로 추가 원전 건설 여력도 충분하다”며 “탈원전 정책 때문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뒤늦게나마 원전을 통해 친환경적인 전력을 양산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조주홍 영덕군수 당선인 역시 원전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지역민들은 신규 원전 유치가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 또한 완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한수원은 영덕군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리 일대 324만여㎡를 1500㎿급 가압경수로형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2012년 9월 고시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원전 건설 백지화를 의결한 뒤 같은 해 7월 3일 산업통상부에 영덕읍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신청했다. 천지원전 건설은 무산됐고 정부는 영덕군에 지급한 특별지원사업 가산금도 반납할 것을 명령했다. 가산금은 원전을 지어달라고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신청하면 지원금 외에 추가로 주는 보상 인센티브다.
2018년 6월 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천지원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한수원의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 결정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 천지원전 비상대책위원회

2018년 6월 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천지원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한수원의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 결정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 천지원전 비상대책위원회


당시 영덕군은 “국가 에너지 정책은 백년지대계로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영덕 주민이 모든 피해를 떠안아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입장을 내기도 했다.


국내 첫 SMR 건설 부지로 선정된 부산 기장군도 지역민들이 크게 반기고 나섰다. 부산 기장군은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다.

기장군 191개 마을 대표 이장 67명으로 구성된 SMR 기장군 자율유치추진단 일원인 김진규 대룡마을 이장은 “기장군은 총 8개의 원전이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의 원전 클러스터를 보유한 곳”이라며 “송전망, 냉각수 확보, 주민들의 원전 수용 경험이 전국 최고인 만큼 기장군에 SMR이 추가로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고리원전과 신고리원전 관련 산업체가 밀집해 있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기장군 주민들은 이번 유치가 차세대 원전 산업 클러스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정종복 기장군수 역시 “SMR 유치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기장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핵심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시민단체 목소리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경북 탈핵유권자 선언’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이 개막한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이 개막한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이들은 “지금 정부와 기득권 정치세력은 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명분 삼아 핵발전 확대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토론회와 제한적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사회적 합의가 끝났다’는 억지논리 신규 핵발전소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어디도 누군가의 편리와 이윤을 위해 희생되는 ‘핵발전 전기공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대구경북은 더 이상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환경단체도 ‘부산의 안전을 파괴한 정치적 퇴행’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시청 앞에서 지역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경주환경운동연합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시청 앞에서 지역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경주환경운동연합


탈핵부산시민연대는 “형식적인 토론회와 제한적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사회적 합의가 끝났다’는 억지 논리로 신규 핵발전소 정책을 강행했다”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SMR은 기장뿐 아니라, 부산시 전체에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우려했다.



김정석.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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