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원작의 힘을 발판삼아 한국영화의 외연을 확장한 시도가 잇따른다. 실사 가족 영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이하 전천당)’(감독 박봉섭)과 SF 애니메이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감독 허평강)다. 모두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라미란·이레 주연 판타지 영화 ‘전천당’은 개봉 19일 만인 16일 누적 관객 16만38명을 기록했다(17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어린이 타깃의 한국 실사 영화가 15만 관객을 넘은 것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의 30만 관객 이후 11년 만이다. 히로시마 레이코의 동명 일본 원작 시리즈는 일본에선 2013년 첫 출간돼 전세계 1100만부가 팔린 밀리언셀러다. 한국어판도 2019년부터 누적 200만부가 판매됐다.
신비한 가게 주인 홍자가 다양한 손님의 고민을 마법의 과자로 해결해주고 나면 신기루처럼 가게가 사라진다는 설정이다.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2023, tvN) 등을 만든 제작사 빅오션ENM 이성진 대표는 5년 전 초등생 아들을 통해 학교 도서관 대여
1위였던 원작을 알게 됐다. 그는 지난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속가능한 가족용 프랜차이즈가 가능하겠다고 판단돼 12부작 시리즈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12부작 시리즈를 88분짜리 극장판으로 재편집한 버전이다. 드라마 버전도 올해 안에 OTT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주인공 데이지. [사진 영화특별시SMC]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하 순례자들)’는 ‘한국 SF의 얼굴’로 통하는 김초엽 작가의 대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 속 동명 단편이 토대다. 40만부 이상 판매된 원작 소설의 주독자층인 20~30대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차별도 고통도 없는 유토피아 마을의 소녀 데이지(박지후, 이하 목소리 연기)가 성인식 의례인 ‘시초지’(지구) 순례를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는 이들의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을 그렸다. 데이지가 친구 소피(김향기)에게 보낸 편지글이 뼈대인 원작을 3인칭 서사로 바꾸고, 기존 열린 결말에 해석을 덧붙여 풋사랑의 감성을 불어넣었다. 지난 3일 개봉해 열흘 만에 독립·예술영화의 마의 고지로 통하는 1만 관객을 넘어섰다. 오는 21일 개막하는 일명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50회)의 특별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