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7일 한은의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신 총재는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안팎으로,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 중후반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두 지표 모두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봤다. 올 1~2월만 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2월 말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뛰면서 5월 3.1%까지 뛰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지만 원유 생산과 운송이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신 총재는 “원유는 수돗물을 열고 잠그듯 단시간에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유가의 하루하루 등락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현재의 유가 하락세가) 얼마나 지속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의 연구 결과 2000년 이후 유가가 10% 오르는 고유가 충격이 3개월 이상 이어지면 5개월 뒤 근원물가가 0.1% 이상 상승했고, 그 영향도 7개월간 지속했다. 유가 충격이 큰 대신 기간이 짧았던(일시적) 경우 근원물가는 0.06% 올랐고, 지속 기간은 5개월에 그쳤다. 유가 상승 그 자체보다 지속성이 물가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신 총재 역시 “미국과 이란 합의 이후 단기간에 유가가 내렸지만, 그럴 때일수록 시장 가격에 홀리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경제 자체를 봐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에 국제유가가 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17일 서울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임금도 변수다. 신 총재 역시 “임금 상승 또한 비용과 수요 양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 1~3월 정보기술(IT) 부문 특별급여(성과급)는 전년 동기 대비 60.6% 증가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뒤 0.05%포인트 오른다. 한은은 “일부 사업체에서 특별급여가 많이 늘어나면 물가 상방 압력이 유의하게 높아지고, 최근 IT 부문 성과급은 매우 이례적이라 실제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빅스텝 얘기가 나왔을 당시에는 국채금리와 환율이 오르는 등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중앙은행은 하루하루 시장 흐름에 끌려가지 않고 경제의 근본적인 흐름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