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틱톡·페이스북 등 주요 SNS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청소년 소셜미디어(SNS) 중독을 막기 위해 SNS 사용 자체를 제한하는 국가가 늘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 2년이 되도록 논의 자체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청소년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청소년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설계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최근 규제 강화에 나선 국가는 영국이다. 키어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총리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되찾아주기 위한 것”이라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 계획을 밝혔다. SNS의 중독적 알고리즘과 유해 콘텐트로부터의 청소년 보호를 정책 추진의 이유로 들었다. 규제 대상에는 X(옛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스냅챗·유튜브 등이 포함됐다.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적이다. 호주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인도네시아도 지난 3월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생성을 금지했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 역시 SNS 최소 이용 연령을 13~16세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요나스 가르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지난 4일 “놀이와 우정, 일상 생활이 알고리즘과 스크린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금지 방침을 밝혀 여론의 환호를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2024년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있는 콘텐트를 제공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청소년 SNS 사용의 정신적 해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며 “무한 스크롤과 알고리즘 추천 등 플랫폼의 중독적 설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모습. 스타머 총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16세 이하 청소년의 SNS사용을 금지하는 정책 추진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출발은 더 빨랐다. 2024년 7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14세 미만 청소년의 SNS 가입 제한 및 청소년 대상 알고리즘 추천 제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지난 2년간 7건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모두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록엔 짧은 논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난해 2월 25일 열린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 소위에서 김현 당시 소위원장은 해외의 청소년 SNS 규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해외 입법·정책 동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에 폭동 등 사회적 현상이 재생산되고 있다”며 공청회 개최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야 의원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후 1년 4개월째 후속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직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전재수 현 당선인과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운동 당시 쇼츠를 활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각 후보 유튜브 캡쳐
이 과정에서 플랫폼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아동의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연령 확인 절차에 따른 사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장겸 의원은 “대선 이후 민주당이 강행한 방송 3법 등에 밀려 SNS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및 학계 등과 협의해 SNS 규제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며 “하반기 국회가 열리는 대로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쇼츠 홍보 등 SNS의 중독성을 그 누구보다 적극 활용하는 정치권에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부작용 문제에는 막상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야 정치인 모두가 알고리즘에 올라타기 위해 쇼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작 알고리즘이 청소년과 국민에게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대응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