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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곡 대가 마티아스 괴르네 “선우예권과 100살까지 연주하고파”

중앙일보

2026.06.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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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마티아스 괴르네-선우예권-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마티아스 괴르네-선우예권-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선우예권 같은 카리스마 있는 피아니스트와 작업할 땐 정말 별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가능하다면 100살까지 함께 연주하고 싶네요.”

독일 가곡의 정통 계보를 이어온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9)는 오는 21일 열리는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 콘서트에서 피아노를 맡은 선우예권(37)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콘서트에 앞서 18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겨울나그네’가 불안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 와서 식당에 가니 모두가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더군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면 세계의 종말이 올 수밖에 없어요. 인공지능의 위협까지 받는 시대에, 인간의 존재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알려주는 ‘겨울나그네’가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콘서트는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2024년부터 시작한 ‘한세 클래식 리트(예술가곡을 뜻하는 독일어)’ 프로젝트의 두 번째 연주회다. 마티아스 괴르네와 선우예권을 초청,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전곡(24곡)을 연주한다. ‘겨울나그네’는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연작시 24편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의 연가곡으로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한겨울 눈 덮인 길을 떠돌며 고독과 절망,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마티아스 괴르네-선우예권-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마티아스 괴르네-선우예권-한세예스24문화재단 '2026 여름에 듣는 겨울나그네'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번 연주는 두 명의 ‘슈베르트 전문가’가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독일 바이마르 출신의 마티아스 괴르네는 독일 가곡, 특히 슈베르트 리트의 대가로 불린다. 그가 녹음한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 앨범은 1997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음반’으로 선정됐다. 2014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현대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영상과 결합해 선보인 ‘겨울나그네’는 전통적 리트 리사이틀의 틀을 깬 사례로 평가받았고, 이후 이 무대는 서울(2016)을 비롯, 시드니, 샌프란시스코, 파리 등 다양한 곳에서 재연됐다. 그의 예술적 업적은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2012·2014), 디아파종도르(2014·2020), 그라마폰상(2017), BBC 뮤직 매거진상(2017) 등 수상 기록으로도 증명됐다.

선우예권은 자타공인 ‘슈베르트 덕후’다. 각종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슈베르트”라는 점을 밝혀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우예권은 마티아스 괴르네에 대해 “오랜시간 존경해왔던 성악가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으면서 세밀한 뉘앙스, 다이내믹 조절, 딕션 표현 방법 등을 들을 수 있는 게 축복”이라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티아스 괴르네가 ‘겨울나그네’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누구나 공감할 서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인생이 언제나 행복으로 성취감으로 넘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어요. ‘겨울나그네’ 속 주인공 방랑자는 고통의 시간을 겪지만,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나가기로 결심해요. 이런 점이 세계 어디에서나 문화, 국적을 가리지 않고 깊은 감동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겨울나그네’는 전세계에서 250회 정도 공연을 한 레퍼토리다. 그는 “연주해보면 청중들의 반응이 놀랍게도 모두 비슷하다”고 했다. “언어도, 국적도 다른 전 세계 과학자들이 북극 연구를 위해 모여 있는 노르웨이령 군도 슈피츠베르겐(Spitsbergen)이란 곳에서 공연했을 때도 같은 감동이 전달되더라”면서다.
마티아스 괴르네가 윌리엄 켄트리지 연출의 '겨울나그네'를 공연하는 장면. [사진 캐롤라인 드 봉]

마티아스 괴르네가 윌리엄 켄트리지 연출의 '겨울나그네'를 공연하는 장면. [사진 캐롤라인 드 봉]


마티아스 괴르네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정서를 띄는 ‘겨울나그네’의 해석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내놨다. “슈베르트의 삶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언정 이 곡에서는 희망을 찾으려고 했던 그의 노력이 보여요.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에 나오는 방랑자는 결국 (사랑에 실패하고) 자살을 택했을 것 같은데, ‘겨울나그네’의 방랑자는 조금 달라요. 슈베르트는 24번째 리트에서 이 곡의 유일한 타인을 등장시켜요. 고독 속에 고립돼있던 주인공이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죠. 지극한 우울 속에 있었지만, 끝내 사회를 버리는 선택 대신 (자신과 함께할) 누군가를 발견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저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겨울나그네를 연주합니다.”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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