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와 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선관위 개혁 내용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는 18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전반을 다룰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하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 해체까지 고려해볼 만한 중차대한 참사”라며 “방만한 조직과 예산 집행 등 구조적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도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한 문제에는 여야도, 진보와 보수도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앞으로 45일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경위와 투표용지 인쇄 기준의 적정성, 선거 당일 대응 과정, 유권자 참정권 침해 여부 및 선관위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의혹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윤상현 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6·3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정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정치권에선 진상 규명을 넘어 선거 관리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도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난제가 적잖다.
민주당이 지난 10일부터 운영 중인 선거제도 개혁 TF에선 최근 선거 투·개표 진행 권한을 중앙선관위에서 행정부로 넘기는 이른바 ‘행정부 이관론’이 해법으로 부상했다. 송기헌 TF 단장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투·개표는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실무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지금도 다 하고 계시니 그분들에게 권한과 책임도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민주당 선관위 특위 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지방정부 인력을 동원해야만 선거 관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인력 시스템의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투·개표 사무는 선관위의 감독 아래 지자체 공무원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실무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표소에서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인력 대부분도 지자체 공무원이다. 선거관리 사무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중층적 구조지만, 정작 권한은 선관위가 쥐고 책임은 현장 인력에 전가되면서 책임 회피와 부실 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권한은 선관위가 쥐고 사고 책임은 지자체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기형적 구조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향후 선거 업무 지원 거부 방침을 밝혔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티켓 부스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스1
하지만 야당이 행정부 이관론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장 2028년 총선 투·개표를 이재명 정부가 관리한다는 이야기인데 지지층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선거 부실 관리의 책임을 정부가 온전히 떠안을 수 있다”(민주당 관계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선거제도 개혁 TF 소속 한 위원은 “사실 지금의 위탁 구조와 크게 달라질 게 없지만, 정치적 중립성 문제와 맞물려 있어 고민이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TF 소속 위원도 “미국 등 해외 정부 사례가 있고, 부실 관리의 위험을 줄이는 길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양극화된 정치적 상황에선 도입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관위와 행안부, 지자체가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선거를 관리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대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에게선 헌법상 선거 관리는 선관위의 권한이기 때문에 개헌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한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민주당 주최 선관위 제도개혁 토론회에 참석했던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금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이 횡행하는 시대에는 시기적으로도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