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직할 수사부대인 국방부조사본부에 방첩 부대원들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상계엄 당시 중추적 역할을 한 국군방첩사령부 해체 결정의 후속 조치 차원인데, 방첩사의 권한을 분산한다며 자칫 또 다른 직할 부대에 과도한 권한을 쥐여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국방부 조사본부.
18일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행 대통령령인 국방부조사본부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1조 ‘설치와 임무’에 “방첩부대의 직무 범위 외 행위에 대한 조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무 범위 외 행위’에 대해선 “각 부대와 개인이 신고하거나 제보로 접수된 경우를 포함한다”는 문구도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방첩 요원이 비위를 저지를 경우 지금도 조사본부 차원의 수사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군인 또는 군무원의 징계 또는 수사 절차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를 조사본부령에 명문화한다는 건 방첩본부에 대한 조사본부의 견제 기능을 부각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방첩사 해체 뒤 향후 출범하는 방첩본부에 대해 조사본부가 사실상 감독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도 “방첩부대의 직무 외 활동에 대한 수사는 현재도 가능한 사안”이라며 “이를 명시적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국방부가 10일 방첩사 해체·개편안을 발표하며 “방첩 활동의 범위 및 불법 활동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시한 가칭 ‘군방첩부대원의 직무수행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별개의 움직임이다. 법 제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조사본부령을 먼저 개정해 방첩본부의 불법 활동을 걸러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이는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방첩 본부에 제동부터 거는 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개인의 신고나 제보만으로도 방첩 부대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각종 투서 등으로 방첩 정보 수집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방부는 또 조사본부의 임무 범위에 ‘범죄 정보에 관한 수집 임무’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첩사 해체 뒤 안보 수사 인력 200여명이 조사본부로 옮겨가는 것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안보 수사를 위한 정보 수집 기능까지 조사본부가 맡는다면 방첩본부의 임무는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방부는 보안상 문제를 들어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지만, 조사본부의 정원은 150여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기존 조직보다 더 많은 규모의 안보 수사 인력을 흡수하는 데 더해 조사 권한도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특정 조직에 대한 권한 집중을 막으려는 국방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조사본부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국군방첩사령부 본부 전경. 연합뉴스
전직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방첩사 해체 및 개편이 결과적으로 조사본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본부에 인력과 권한이 몰리게 되면서 정작 조사본부에 대한 견제 기능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조사본부는 박정훈 해병대 준장이 이끌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해병 순직 사건의 주역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특별 포상하고 올해 1월 장성으로 진급시켰다. 박 준장은 이후 조사본부장 대리로 임명됐다.
이와 관련,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방안은 조사본부가 옥상옥의 권한을 갖게 되며 자칫 또 다른 권한 남용의 사례를 만들 우려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조사본부와 방첩본부가 서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조사본부도 방첩본부와 마찬가지로 감찰실장 직위에 고위 감사공무원으로 보임시켰고, 이외에도 기존 대비 감찰실, 법무실 인력을 보강했다”면서 “수사심의관실 신설 등 제도적으로도 조사본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