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8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해 6월 20일 처음으로 3000선을 넘어선 뒤 1년도 채 안 돼 지수가 3배로 뛰었다. 간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통화 긴축)적 메시지도 한국 반도체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25%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쳤다. 1만 포인트까지 약 10%(936.16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7413조원을 넘어섰다. 미국·중국·일본·홍콩·대만·인도에 이어 세계 7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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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3000에서 9000으로
코스피는 지난해 6월 20일 3000선을 넘은 이후 같은 해 10월 27일 4000선을 넘었다. 올해 1월 27일 5000선, 2월 25일 6000선, 지난달 6일 7000선, 지난달 26일 8000선을 차례로 돌파했다. 6000선에서 7000선까지는 70일이 걸렸지만, 7000선에서 8000선까지는 20일, 8000선에서 9000선까지는 2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세계 증시와 비교해도 상승률은 압도적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는 115.1% 오르며 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1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8.4%,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7.1% 오르는 데 그쳤다. 세계 2위인 일본 닛케이지수의 상승률 36.9%와 비교해도 3배가량 높다.
박경민 기자
코스피 랠리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 투톱’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두 종목이 지수 전체를 이끌었다. 이날 두 종목은 각각 ‘36만 전자’, ‘270만 닉스’ 기록을 새로 썼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메모리 부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시사한 점도 한국 반도체에 불을 붙였다. SK하이닉스는 8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둔 수급 기대까지 더해졌다.
한동안 한국 증시를 짓누르던 거시 변수도 완화됐다는 평가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의로 막혀 있던 ‘기름 길’이 다시 열릴 것이란 기대에 국제유가도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왔다. 간밤 FOMC가 매파적 기조를 보이면서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반도체 랠리가 이를 압도했다.
수급을 이끈 건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72조93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20조4442억원을 팔아치웠지만, 개인과 기관이 각각 72조원대, 33조원대를 사들이며 시장을 떠받쳤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18일 남구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 홍보관에서 코스피 9천 포인트 돌파를 기념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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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종목 109개 불과…코스닥도 침울
다만 과열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80.2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50을 넘으면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본다.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약해질 경우 급격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도체주로의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29%, 26%로, 두 종목을 합치면 55%를 넘는다. 사실상 코스피의 방향이 ‘삼전닉스’에 좌우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전체 946개 종목 중 109개에 불과했다.
주식시장 내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했다. 치솟는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3.01% 하락한 1000.93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000선도 무너졌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주도주 쏠림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역사는 오히려 쏠림이 강화될 때 시장의 힘이 아직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음을 보여줬고, 반대로 종목 확산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랠리가 끝나감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