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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의 시시각각] 소버린 AI라는 알리바이

중앙일보

2026.06.18 08:16 2026.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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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콘텐트3부국장 겸 기업연구부장

박수련 콘텐트3부국장 겸 기업연구부장

유럽이 우려하던 미국의 ‘킬스위치’ 공포가 현실이 됐다. 대상은 F-35 전투기가 아니라 AI였다. 지난 12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AI ‘미토스5’와 ‘페이블5’가 미국 상무장관이 보낸 이메일 한 통으로 90분 만에 꺼져버렸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칩 아닌 ‘AI 모델’ 그 자체를 수출통제 대상에 올린 첫 사례다. 동맹 줄 세우기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17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신뢰할 만한 파트너’에만 미국 AI 모델에 접근하게 하겠다고 운을 띄웠다. 미국의 AI를 세계의 표준으로 세우고 동맹국들은 그 질서에 따르라는 요구다. 반도체 수출통제 당시 국가별 등급을 정해 AI 칩 접근권을 통제하던 방식 그대로.

소버린 AI 필요하지만 한계
정책 우선순위 시험대
AI 영향권 ‘청년’ 대책 강화해야

미토스 사태를 계기로 ‘소버린 AI’의 필요성에 전 세계가 공감했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소버린(Sovereign, 주권적) AI의 정당성에 힘이 실린다. AI 모델이나 서비스부터 에너지 인프라까지, AI가 구현되는 과정을 해외에 의존하기만 해선 우리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면적이다. 이번 G7 정상화의에서 눈에 띄는 건 프랑스의 반응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게 소버린 AI를 주장해 왔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을 비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에서 해법을 찾은 건 아니었다. 자유민주 진영 동맹국들이 세계 최고 성능의 미국 AI에 대한 접근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기술 접근권을 사실상 애걸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소버린 AI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소버린 AI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현실적으로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을 끊임없이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AI 기업들의 자본투자는 이미 개별 국가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한국이 지난해 엔비디아로부터 3년 내 공급을 약속받은 GPU가 26만 장인데, 마이크로소프트 한 곳이 이미 2024년 구매한 GPU가 48만5000대였다(보스턴컨설팅그룹).

그런 점에서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가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소버린 AI를 얼마만큼 어디까지 육성할 것이며, 얼마나 더 우선순위에 둬야 할까.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올해 9조9000억원의 AI 예산을 편성했다.

반면에 그 AI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청년층을 위한 대책은 눈에 띄는 게 별로 없었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알람이 끊임없이 울리는데도 대책은 미미했다. 지난 4월 뒤늦게 내놓은 ‘청년 뉴딜’은 청년들에게 국세청 알바(체납관리관) 자리나 대기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단기 처방 중심이었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데 훈련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러는 사이 올해 5월 청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5만4000개나 줄었다(국가데이터처). 또 순자산과 소득 모두 하위 20%인 가구 중 청년층 비중은 지난해 15.2%까지 올라 2020년(7.9%)의 두 배가 됐다(한국은행). AI 시대의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하다. 기술 자립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기반이 무너진다면 소버린 AI도, AI 3대 강국도 공허해질 뿐이다.

청년 문제는 최근에야 이재명 대통령의 레이더에 잡혔다. 유럽 순방 중이던 14일 화상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국정 2년 차 핵심 과제로 청년 문제를 꼽았다. 시급하게 챙겨야 할 건 청년 고용이다. AI의 침투 속에서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으로 원·하청 지위를 놓고 씨름하고 있고,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 법제화를 압박하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심이 필요하다.

미국이 최고 성능 AI를 무기화한 지금 AI 전략은 중요하지만, AI 태풍의 최전선에 선 미래 세대를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면 소버린 AI든, 그 무엇이든 알리바이가 될 수는 없다.





박수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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