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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둔 채 보상’, 미-이란 합의의 위험한 메시지

중앙일보

2026.06.18 08:22 2026.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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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비핵화 양해각서(MOU)가 국제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 전쟁의 명분으로 내건 이란 비핵화보다 종전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위해 국제질서의 기본 원칙과 동맹의 안보마저 거래 대상으로 올려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제재와 비핵화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번 합의는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는 약속하면서도 정작 민감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모두 향후 실무 협상으로 미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 대해 “핵무기로 가는 것을 막는 벽”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들은 앞으로 60일간의 협상에 따라 정해지게 된다. 이란으로선 핵 능력을 상당 부분 유지한 상태에서 경제적 보상부터 받기 시작하는 구조인 셈이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핵합의(JCPOA)에 포함됐던 스냅백(위반 시 제재 복원) 조항이 빠진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MOU에 담긴 다른 조항들도 논란거리다. 제5항의 ‘60일간의 자유 통항’ 조항은 기간 종료 후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행사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를 남겨놓았다. 이는 미국이 이란에 해협 통제권을 넘겨준 것이며 국제 해로의 항행 자유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또 전쟁 배상금에 가까운 성격으로 보이는 제6항의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보장의 경우 한국·일본 등 동맹국 기업이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형태의 동맹 팔 비틀기가 동맹 간 신뢰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당장 우리로선 이번과 같은 트럼프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이 북한 문제에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외교 성과를 위해 북핵 협상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어떤 경우든 북핵은 그대로 둔 채 대북제재가 무력화되고,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까지 협상 카드에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절대로 용인돼선 안 된다.

전쟁은 일단 끝났고 세계는 새로운 챕터로 들어서고 있다. 국제질서의 파괴적 변화를 직시하면서 국익을 지킬 최선의 방책을 수립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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