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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시 무풍지대 선관위의 끝 모를 도덕적 해이

중앙일보

2026.06.18 08:24 2026.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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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노태악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 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6·3 지방선거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 극심한 혼란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선거 당일 상황을 기록한 투표록에 따르면, 서울 잠실2동 한 투표소에선 투표관리관 도장이 찍히지 않은 채 용지가 배부됐다. 다른 투표소에선 바닥에 투표용지가 떨어져 있거나, 용지 부족 때문에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추가 투표용지가 도착한 뒤에도 대기표를 받았던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아 참정권 행사가 불발됐다. 지난해 대선 때도 다른 사람의 선거인명부에 서명하고 투표한 사례가 2000건이 넘는 등 선거 관리 전반의 부실이 심각하다. 다 이유가 있었다. 선거로 업무가 바빠지는 해에 휴직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게 이번뿐 아니라 선관위의 전통이라고 한다. 이 조직이 공정한 선거 관리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문제는 부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관위 지도부부터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지난해 덴마크·스웨덴을 비롯해 재임 중 세 차례 간 해외 출장에 모두 배우자를 동반했다. 1200만원이 넘는 비즈니스 항공권 등의 경비를 선관위가 지불했다. 공식적인 외교나 국가 중대사도 아닌 해외 선거 관련 방문에 세금을 흥청망청 쓴 것이어서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외부에 공개되는 출장 보고서에 ‘부부 동반’ 문구를 넣지 않은 것만 봐도 명백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기관장이 이러니 직원들의 일탈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선관위 직원들은 몰디브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출장을 가고 선거 홍보물로 활용된다며 해변 사진을 버젓이 보고서에 첨부했다. 역량 강화를 이유로 이탈리아 등 관광지에도 매년 직원을 보냈다. 심지어 선관위 고위직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시기에도 외유성 출장이 계속될 정도로 내부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

독립성을 방패 삼아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피해 성역을 구축해 온 선관위는 전면적인 개혁 없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채용 비리를 차단할 감시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신뢰를 잃은 선관위가 관리하는 선거는 결과에 대한 불신의 씨앗을 남길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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