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 상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 준비 당시 투표용지 최소 인쇄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일부가 “투표용지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선거를 한 달 가량 앞둔 5월 7일 송파구 선관위에선 본투표용 투표 용지를 유권자 수의 50%(2개 동은 60%)만 준비하는 안건의 의결 절차가 완료됐다. 원래는 5월 14일에 대면 의결을 하려 했지만, 임박한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5월 7일로 날짜를 앞당기고 서면 의결로 변경했다고 한다. 당시 송파구 선관위 사무국은 선거 방송 관련 대면 회의가 예정된 민소영 당시 위원장(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과 정당 추천 선관위원 2명을 제외한 5명의 선관위원에게 “5월 7일 전까지 각자 시간 날 때 방문해 서명해 달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송파구 선관위원들은 투표용지 준비수량 하향 조정 안건과 송파구 선관위의 기타 다수의 안건들까지 묶어 하나의 서명을 했다고 증언했다. “투표용지 하향 조정을 비롯한 개별 안건에 대한 찬반 등의 의견을 제대로 개진할 기회가 없었다”는 게 송파구 선관위원들의 설명이다. 선관위 ‘공직선거절차 사무편람’상 종전 선거보다 투표용지를 축소 인쇄하려면 지역 선관위원의 의결을 받게 돼 있다. “의결 절차 자체가 사실상의 선관위원 패싱으로 해석될 소지”(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김지연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51단독 부장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방문해 증거 보전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투표용지 인쇄매수가 축소된다는 사실 자체를 제 때 인지하지 못한 송파구 선관위원도 있었다. 한 송파구 선관위원은 “서명 당시 인쇄 매수 축소에 대한 설명자료가 없었고, 이 때문에 회의 참석 때마다 통상적으로 하는 출석부 서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선관위 측은 서명 전 선관위원들에게 인쇄 매수 축소에 관해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4월 중순에 열린 선관위 월례 회의에서 인쇄 매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정황도 확인됐다. 송파구 선관위 사무국측이 인쇄 매수를 50%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하자 일부 송파구 선관위원들이 “그건 너무 적다”는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들 선관위원들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송파구 본투표율은 48.7%였는데, 지방선거에서 본투표율이 조금만 더 높아지더라도 투표용지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자 송파구 선관위 사무국은 선관위원들에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유권자 수의 3%에 해당하는 무번호 투표용지를 예비로 준비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무번호 투표용지는 유권자 3%인 1만7000여 매에 한참 못 미치는 2000매만 준비됐다.
6·3 지방선거에서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오전 11시쯤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예상돼 보고했지만, 서울시선관위와 중앙선관위는 5시간이 지나서야 공동 대응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결국 6·3 지선 당일 송파구에선 오후 5시10분쯤 준비된 무번호 투표용지가 소진되고, 오후 6시쯤 대기 선거인이 가장 많았던 잠실7동제2투표소에 인근 투표소 잔여 투표용지가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