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8일(현지시간)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은 이란과 약속한대로 대(對)이란 해상봉쇄를 해제했고, 이란 역시 60일로 제한된 호르무즈해협의 ‘무료통행’ 약속을 일단 지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당초 19일로 예정했던 MOU 서명식을 17일로 당겼지만, 오는 8월 16일까지 60일 이내에 끝내야 하는 ‘본협상’은 이날 시작하지 못했다. 19일 서명식 이후 즉시 시작하려던 실무회담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 그래도 짧은 협상 기간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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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협상 시작”…호르무즈 일단 무료 통행
JD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종전 MOU 체결에 따른 60일의 협상 기간이 공식적으로 오늘 시작됐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18일, 이란.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 체결 이후, 반다르압바스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은 그러면서 미 해군은 대이란 해상봉쇄를 해제했고, 합의 서명 이후 지난밤 1250만 배럴의 석유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고 강조했다. 이란도 약속한 것처럼 호르무즈해협 통과에 따른 통행료를 받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시장은 유가가 크게 하락하고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현재 상황을 매우 좋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합의 도출에 따른 성과를 과시했다. 실제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99달러로 집계됐다. 휘발유 가격이 4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3월말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란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앞으로 이란 페르시아만 수로 관리청(PGSA)이 호르무즈해협의 교통을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언론들은 “일단 이란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60일 동안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60일 이후엔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을 시사한 말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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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개시 늦어질듯…이란 “무리한 요구 불수용”
반면 60일로 제한된 본협상은 시작하지 못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주말에 협상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바뀔 수도 있다”며 당초 19일 스위스에서 실무협상을 시작할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진행된 만찬 도중 이란과의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백악관
60일 안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이에 따른 보상 조치 등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협상 기간이 더 줄어들 경우 산적한 쟁점 처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MOU 합의 과정에서 실익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란마저 후속 협상에서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대국민 서면 메시지를 내고 “MOU를 조건부를 승인한 것”이라며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위해 미국이 석유판매 제재 해제와 동결자금 해제 등을 카드를 제시한 성의를 무색하게 만드는 발언이다.
현지시간 18일 마수드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이란이 실익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란은 향후 본협상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취할 뜻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우리는 레바논, 헤즈볼라, 그리고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완전한 휴전을 기대한다”며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을 벌이는 이스라엘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스라엘에게 협상 국면을 망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의미다. MOU에는 1항에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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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비난…트럼프 총력 ‘방어 모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과 자신의 지지층에서도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이 확대되자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맺은 양해각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주식시장이 방금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내가 이란에 대해 충분히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 바보들은 질투심에 찬 자들이거나 나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멍청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선 “석유가 흐르고 있고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세계는 안전할 것이다!)”며 “주식시장은 급등하고 있고 고용은 사상 최고 수준이며, 물가는 내려가고 있다(생활비 부담 완화!)”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 강하고 안전하며 존중받고 있다”며 “천만에!(You‘re Welcome!)”라고 썼다. ‘천만에’는 감사 인사에 대한 답변이다. 자신의 성과에 대해 국민들이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다.
밴스 부통령도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제재 해제가 이란에 새로운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퍼주기’ 논란에 반박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은 석유 판매에 대한 제재 때문에 중국 등에 시간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석유를 팔아왔다”며 “이번 합의에 따라 이란은 더 높은 가격으로 석유를 팔고 유리한 통화로 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명예훈장 수여식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은 그동안 합의안 공개를 늦춘 배경이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추기 위해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란이 원치 않아 MOU 합의안 공개가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