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린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약 2만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응원 인파가 몰렸다. 0대1 스코어로 석패하며 현장에서 탄식과 비명도 이어졌지만 “선수들이 다치지 않았으니 됐다”, “남아공과의 경기에도 응원하러 오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시민들이 더 많았다. 이날 경기로 한국은 승점 3점(1승 1패)을 유지하며 멕시코(2승)에 이어 A조 2위를 지키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린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실축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모인 시민들은 오전 10시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르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각자 준비한 응원 복장과 도구를 뽐내며 “화이팅”을 연호하며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스카프나 손수건으로 땀을 연신 닦아내며 응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조인우(12)군은 “다같이 응원을 하니깐 하나도 덥지 않았다”며 “또 거리 응원을 하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모(34)씨도 “도파민 때문인지 더위를 잊었다”며 “남아공전에도 응원을 하러 거기로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린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 5분, 한국이 치명적 실수로 한점을 실점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머리를 감싸 쥐었다. 멕시코 퀴뇨네스 선수의 크로스가 경합 상황을 만들었고, 이 공을 김승규 골키퍼가 잡으려 했으나 이기혁 선수와 위치가 겹치며 공을 떨어뜨렸다. 이에 앞에 있던 로모 선수가 골문 안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시민들은 “아…”하고 탄식을 내뱉었지만, 곧 응원단 사이에 있던 한 학생이 “아모른직다!(‘아직 모른다’라는 말의 글자 순서를 바꾼 인터넷 용어)”라고 외치자 다 같이 웃음이 터지며 응원 열기가 살아났다. 이지혜(53)씨는 “멕시코 ‘홈’인데도 주눅 들지 않고 다들 너무 잘 싸웠다”며 “멕시코 골키퍼의 간절함이 보여서 외려 감동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체코전(12일) 약 1500명이 모였던 여의도 광장엔 이날 약 8000명이 운집했다. 사람들은 대표팀이 공을 잡는 순간마다 해당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최성한(42)씨는 “교체 투입된 조규성 선수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김성원(30)씨는 “매 경기를 뛰어야 하는 이강인 선수가 옐로카드를 받은 것이 아쉽다. 다음 경기에서 위축되면 안 될텐데 우려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의도 광장에서 포착된 김정태(28)씨와 마페르(22)씨. 이들은 한국과 멕시코 국적의 국제 커플이다. 변민철 기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덴마크 국적의 크리스티안(21)씨는 “오늘 멕시코의 승리는 ‘행운’에 가깝다. 한국의 플레이가 너무 좋았는데 실수로 실점을 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응원 문화가 너무 신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전했다. 국제 커플인 한국 남성과 멕시코 여성도 눈에 띄었다. 서로 상대 국가의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귀여운 신경전을 벌이며 응원전에 나섰다. 남자친구 김정태(28)씨가 “서로 응원하는 마음에 유니폼을 바꿔 입었습니다만, 물론 한국이 이겨야 합니다”라고 말하자 여자친구 마페르(22)씨는 곧바로“멕시코가 이겨야 합니다”라고 끼어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몇몇 시민들은 거리 응원 현장에 남아 여운을 즐겼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시민 십수 명이 어깨동무하고 응원가를 함께 부르기도 했고, ‘승리의 함성’ 노래를 부르며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도 적잖았다. 스스로 쓰레기를 가져가거나 주변 쓰레기를 치우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응원장 주변 호프집 등 음식점에선 이날 경기 영상을 계속 틀어 놓고 있었다.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마주친 안상민(37)씨. 이규림 기자
일부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스마트폰으로 들고 대한민국의 32강행 시나리오 분석에 나섰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김우태(28)씨는 “다음 경기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핵심 선수인 테보호모코에나가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32강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상민(37)씨는 “멕시코전은 우리나라가 ‘2차전 징크스’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월드컵 경우의 수를 분석한 자료가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응원이 진행되는 동안 광장 곳곳에서 독특한 모습으로 ‘이색 응원’을 펼친 사람들도 많았다. 광화문광장엔 ‘어게인 2002’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백파이프를 불면서 곳곳을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띄웠다. 대표팀 원정용 유니폼인 ‘보라색’의 가발·티셔츠를 착용한 이승준(36)씨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 시민이 '빅파이프'를 연주하는 모습. 곽주영 기자
경찰은 지난 1차전 거리 응원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 펜스로 구역을 나눠 관리에 나섰다. 기동대 경력은 지난 경기보다 2배 많은 440여명을 배치했다. 오전 10시 경기 시작 시점부터 1만3100명이 모이자 주최 측은 광장 동측 차선 3개를 통제하고 인파를 도로로 이동시켰다. 이번 월드컵 첫 경기의 거리 응원을 하기 위해 응원장에는 전날 밤부터 대기한 시민도 많았다. 경광봉을 든 안전 요원들은 쉼 없이 “통행로에 멈추지 말고 이동하라”, “펜스에 더 붙어서 줄을 서 달라”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