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2일 나스닥에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관광객을 달 궤도로 보내기 위한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로켓기업 블루 오리진은 정기적으로 사람을 태우고 고도 100㎞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비행을 하고 있다. 그동안 미항공우주국(NASA) 등 소수의 정부 기관만 수행했던 우주 프로젝트에 이젠 민간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우주는 더는 눈으로만 쳐다보는 ‘하늘’이 아니라 일반인도 가 볼 수 있는 ‘땅’이 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우주 탐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우주 정착지 건설을 약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도로 훈련받은 우주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달을 다녀오는 것과는 사뭇 다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생명과학자 켈리 와이너스미스와 만화가 잭 와이너스미스 부부가 쓴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인간이 달이나 화성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학적·법적·국제정치적·경제적 답변을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구에서 우리는 1기압 상태에 적응해서 살고 있다. 기압이 사실상 0에 가까운 우주 공간으로 갑자기 순간이동한다면 체액은 막 뚜껑을 딴 콜라처럼 반응할 것이다. 체내 질소 기포가 동맥과 정맥을 막아 버리고 혈액, 산소, 영양분이 제대로 흐를 수 없게 차단해 버린다. 사람이 우주 공간에 아무 보호 장비 없이 그대로 노출되면 거의 예외 없이 살아남기가 어렵다.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과도 맞서야 한다. 방사선 차단은 지구 밖 거주지 설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달에서는 지구 기준으로 약 보름 동안 낮이 이어지고 그다음 2주 동안 밤이 계속된다. 달의 적도 지역에서는 보통 영하 130도에서 영상 120도까지 온도가 오르내리며 남극의 크레이터에서는 영하 250도가 기록된 적도 있다. 극심한 온도 변화는 장비와 인간 모두에게 해롭다.
우주에서 수술은 어떻게 하나, 아플 땐 어쩌나, 아기는 낳을 수 있나,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나 등 걱정거리가 태산 같다. 과연 지구에서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이 책은 우주에서의 부동산, 화장실 문제에서부터 영토분쟁, 식량 문제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를 다루고 있다.
달이나 화성에서 채굴하고 정제한 뒤 지구로 실어 와도 돈이 될 만한 광물은 거의 없다. 우리가 가장 기대했던 골드러시는 언감생심이라는 뜻이다. 거리도 문제다. 화성까지 편도에만 대략 반년이 걸린다.
인간의 배설물은 오히려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소변을 정화해 식수로 바꿀 수도 있고 대변은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지구에서 달이나 화성에 먹을 것을 공수할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에서 작물을 재배해 자급자족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달에서 가장 비싸질 노른자위 땅은 ‘영원한 빛의 봉우리’라 불리는 지역이다. 달 북극의 피어리 크레이터와 남극의 섀클턴 크레이터 가장자리 일부는 꾸준히 태양광으로 전력을 얻을 수 있고 일교차도 덜한 곳이다. 극지방 크레이터 내부에는 태양광과 한 번도 닿지 않는 ‘영원한 암흑’ 지역도 있다. 이곳에 얼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은 생명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태양광과 물을 얻을 수 있는 이곳 소유권을 두고 부동산, 영토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 불고 있는 스페이스X의 광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일 치솟았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탈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우주의 현실이 인류의 정착에 만만치 않은 도전임을 실감 나게 깨우쳐 준다. SF보다 더 리얼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 지구를 넘어 우주를 앞마당으로 삼겠다는 시대의 인류로서 필독서 리스트에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