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또 다시 선명성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정청래 지도부가 ‘내란 청산’과 ‘1인 1표제’를 앞세워 세 결집에 나선 가운데 19일 잠재적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외치며 강성 지지층을 공략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보완 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차 꺼내 들었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는 민주당의 불가역적 당론”이라며 “보완 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친정청래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들도 “검찰개혁이 없는 민주주의 회복은 기만”(이성윤),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깃발이자 상징”(박규환)이라며 정 대표를 거들었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을 거듭 “월드클래스”로 추켜세우며 코스피지수 9000 돌파를 두고도 “대통령 잘 뽑아놨더니 나라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딴지 민심’으로 일컬어지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화답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적극적으로 진화하겠다는 메시지다. 정청래 지도부는 지난 10일 시·도당위원장과 전국위원장 선출에도 1인 1표제를 확대 적용하는 당규 개정안을 의결해 당심 결집의 신호탄을 쐈다.
정 대표 주변에서는 당권 재선 출마로 사실상 마음을 굳히고 대표직 사퇴 시기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딴지 게시판을 비롯해 강성 지지층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당권 재선 출마가 만에 하나 무산될 경우,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로 활동했던 김용민 의원을 차기 주자로 밀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이에 호응하듯 정 대표보다 한층 선명한 강경 발언으로 지지자층의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 페이스북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며 “내란 재판을 사법 내란 세력에 맡길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틀 전(17일) “당원 주권은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드리는 것”(페이스북)이라며 당심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정 대표 발언에 대해 “당원은 영원하고 당권은 짧다고 말했어야 한다”라는 지적도 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김용민 위원장 직무대리가 위원장석에 앉아있다. 사진 뉴스1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민주당 중립 지대 의원들 사이에서는 “또 정책 의제는 실종되고 계파 갈등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방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과거 전당대회 때는 ‘무상’ 시리즈인 복지 확대 정책 등 아젠다라도 있었다”며 “청년 일자리, 물가, 부동산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집권여당으로서 미래 아젠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TK(대구·경북) 원외 인사는 “이러다 정권 말까지 윤석열 뒤처리만 얘기하다 끝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차기 민주당 전대는 대의원 및 권리당원 투표 70%(1인 1표제)와 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치러진다. 정 대표 연임에 반대하는 친이재명계 진영에서는 당심에 적절히 호응하면서도, 강성 지지층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는 묘수를 찾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친명계 의원은 “작년 8·2 전대 때 박찬대 후보가 ‘민생 회복과 국민 통합도 중요하다’고 외치다 패배한 전례가 있다”며 “정청래의 1인 1표제나 내란 청산에서 이슈 주도권을 빼앗아오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가 지난해 8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찬대 후보. 사진 임현동 기자
한편 정 대표는 19일 오후 전북 전주를 찾아 6·3 지방선거 당선인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이원택 전북지사와 조지훈 전주시장, 전주을이 지역구인 이성윤 의원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의 전북 방문은 지난 9일에 이어 이달에만 두 번째다. 한 참석자는 “전주 시민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당선인을 격려하는 자리였다”며 “정 대표는 전주 일정을 마친 후 곧장 익산으로 이동해 시민들을 만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