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석유공사와 에스알(SR) 등 16곳이 ‘낙제점’을 받았다. 7년 만에 부활한 별도 기관장 평가에서는 공무원연금공단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이 최하위 등급을 받아 해임 대상에 올랐다.
재정경제부는 19일 공공기관운영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를 심의·의결했다. 공기업 31개, 준정부기관 57개 등 88곳의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최상위 등급인 탁월(S)을 받은 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한 곳도 없었다.
우수(A) 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국전력공사(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한국조폐공사·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전KDN 등 공기업 6곳과 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준정부기관 9곳까지 총 15곳이었다. 우수 기관 중에는 이번 평가에서 추가된 ‘인공지능(AI) 활용 혁신’ 관련 항목에서 가점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평가단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한수원은 AI를 활용해 원전 운영의 불시 정지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심평원은 588만 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10년 내 질환 발병을 예측한 부분이 가점으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우수 다음 등급인 양호(B)는 29곳, 보통(C)은 28곳이었다.
반면 주요 사업 수행 성과가 부진하거나, 재무·안전 관리가 미진한 기관은 미흡 이하(D·E) 등급을 받았다. 미흡(D)을 받은 기관은 SR,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석유공사 등 13곳이었고, 최하위인 아주 미흡(E)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국립공원공단·코이카 등 3곳이었다. D 등급 이하 낙제점을 받은 기관(16곳)은 전년보다 3곳 늘었다. 이들 기관은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내년도 경상경비도 0.5~1% 삭감되고,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올해 평가에선 기관장에 대한 별도 평가도 이뤄졌다. 2009년 처음 도입된 기관장 평가는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다가 2018년부터는 기관평가에 흡수된 상태였다. 7년 만에 부활한 이번 평가는 공석이거나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기관장을 제외한 82명(공기업 28명, 준정부기관 54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승철 기관장평가단장은 “기관장 평가는 2009년에 처음 도입된 이후 폐지·부활을 반복하다가 2018년 이후 기관경영평가에 통합 흡수되면서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며 “올해는 독립적인 기관장 평가가 부활한 첫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장 평가는 기관장 개인의 리더십과 의사결정, 고유한 기여를 평가했다”며 “‘기관장이 없었다면 성과가 달성됐을까’라는 질문을 일관되게 적용해 기관의 일상적인 성과와 기관장의 고유 기여를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 우수 등급 기관장은 6명에 그쳤다. 공기업 중엔 한전KDN이 유일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무역보험공사·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한국농어촌공사 등 준정부기관 5곳이었다. 보통은 52명이었다. 미흡은 17명, 아주 미흡은 7명으로, 미흡 이하 기관장(24명)이 전체의 29.3%에 달했다.
기관장 평가 결과가 아주 미흡인 7곳은 SR·한국석유공사·공무원연금공단·한국에너지공단·국가철도공단·한국산업인력공단·코이카 등이다. 이 가운데 재임 중인 김동극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과 장원삼 코이카 이사장에 대해선 정부가 해임을 건의했다.
이승철 단장은 “공무원연금공단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했지만, 세부 사업 재편이나 인력 재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내부 청렴도 면에서도 횡령 사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고가 있었다”며 “코이카의 경우 통합 공적개발원조(ODA) 개혁이 기관 자체 혁신이 아닌 외교부 주도로 이뤄졌고, 100여 개 사업이 폐지됐음에도 기관장이 그 내용과 영향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흡을 받은 기관장 17명 가운데 재임 중인 기관장 12명과 지난해 재임 중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장 11명에 대해선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장정진 재경부 공공정책국장은 “경고 조치를 받은 기관장은 이듬해 다시 한번 경고 조치를 받으면 해임 건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