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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잘린 청년, 운전면허 땄다…그 기적 도운 의사 [Health&]

중앙일보

2026.06.19 09:55 2026.06.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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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베스트 닥터 조상현 서울연세병원장

대학병원선 순위 밀려, 119에 문의
재건성형 전문의 5인, 24시간 당직
“복원 필요한 환자 곁에 의사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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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물려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칼질하다 손가락 힘줄·신경을 다치거나 전동 킥보드에서 넘어져 얼굴이 찢어졌을 때 어디로 가야 할까. 대부분은 대학병원 응급실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얼굴과 손의 기능을 복원하고 흉터를 최소화해야 하는 환자들 곁엔 재건성형 전문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은 성형외과를 ‘예뻐지는 곳’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조상현(성형외과 수부세부전문의) 서울연세병원장이 20여 년간 집중해 온 분야는 조금 다르다. 절단된 손가락을 붙이는 수지접합술은 물론 유리 파편에 의한 열상, 동물 교상과 아이들의 얼굴 상처 등 일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외상을 치료해 왔다. 끊어진 신경과 혈관을 연결하고 손상된 조직을 복원하는 미세수술이 그의 전문 분야다.

조 원장은 “성형외과의 본질은 복원”이라고 말했다. 그를 만나 최근 늘고 있는 생활 외상과 응급 상황 대처법, 재건성형 전문의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Q : 증가하는 외상 유형은 뭔가.

A : “10여 년 전만 해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중증 손 외상이 많았다. 손가락 두세 개가 절단되거나 손 전체가 기계에 끼이는 압궤 손상이 흔했다. 지금은 외상의 중증도는 낮아졌지만, 생활 손상이 꾸준하다. 칼에 베이는 사고, 유리에 찔리는 사고들이다. 특히 3~4년 사이 자해 환자와 동물 교상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형견에 물려 입술, 얼굴 조직이 뜯긴 상태로 온다. 오늘도(인터뷰 당일) 동물병원 직원이 귀를 물려서 왔다. 귀 혈관은 손가락 혈관보다 훨씬 가늘어 봉합 난도가 높다. 전동 킥보드 사고와 레저 활동 확산에 따른 얼굴, 손 외상도 많아졌다. 자해 흉터를 지우기 위해 피부 이식과 흉터 성형을 받는 환자도 부쩍 늘었다.”


Q : 얼굴·손을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A : “상처가 오염됐으면 지체 말고 병원에 와 세척받아야 한다. 생리식염수로 가볍게 씻고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압박해 주면 좋다. 흰 가루 형태의 지혈제는 감염을 유발할 수 있고, 상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게 한다. 8~9세 이하 아이들은 수면 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금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놀라서 음료수나 음식을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치료가 늦어진다. 손은 신경·혈관·힘줄 같은 내부 구조물이 손상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부분 손상과 완전 손상이 초기에는 비슷하게 보이므로 상처 크기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Q : 응급 외상 환자들이 왜 병원을 떠도나.

A : “최근 강원도에서 개에 물려 얼굴을 다친 환자가 여러 병원을 거쳐 병원에 왔다. 수술은 잘 됐지만,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다. 대부분의 환자는 다치면 일단 대학병원 응급실부터 찾는다. 그런데 대학병원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의식 저하, 대량출혈 같은 생명 위급 환자를 우선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손가락 절단이나 얼굴 외상은 환자 입장에서는 평생이 걸린 문제지만 응급의학 체계에서는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그래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생긴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모호하면 119에 문의하면 된다. 해당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안내받을 수 있다.”


Q : 치료가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는.

A : “손가락 다섯 개가 모두 절단된 젊은 작업자가 있었다. 서울 충무로의 한 공장에서 재단기 사고를 당해 28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다섯 손가락을 모두 붙였다. 예전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했고, 몇 년 뒤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했다며 다시 찾아왔다. 상박부 정중신경이 절단된 환자도 기억에 남는다. 신경 재생 과정에서 통증이 너무 심했다.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의 팔을 잘라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조금만 버텨보자고 설득하면서 치료를 이어갔다. 6개월 뒤 통증이 많이 줄고 손 기능도 회복됐다.”


Q : 재건성형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A : “외과 의사로 출발해 중증 외상 환자를 수없이 마주한 경험이 뿌리가 됐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미세수술이 진로를 바꿨다. 미세현미경을 보며 머리카락보다 가는 혈관과 신경을 찾아 연결하면 죽어가던 조직이 살아난다. ‘내 길이다’ 싶었다. 작은 노력에도 환자가 얻는 이득이 너무 크다. 미세수술과 재건성형을 제대로 하기 위해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다시 밟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2300여 명의 성형외과 전문의 중 80%는 미용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조 원장은 한국 사회가 성형외과를 미용 중심으로만 인식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미국에서는 성형외과라고 하면 발가락을 떼 엄지손가락을 만드는 수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보톡스·필러, 눈·코 성형부터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기능을 복원하는 것 역시 성형외과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며 “환자가 절박한 순간에, 곁에 필요한 의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재건성형 전문병원의 꿈을 이뤘나.

A : “반쯤 이뤘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응급 환자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심전도 소리만 들리는 새벽 수술실에서 현미경에 눈을 대고 혈류가 다시 돌기를 기다리며 매일 밤을 지새웠던 시절엔 외롭고 서글픈 마음도 있었다. 지금은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5명의 성형외과 의료진이 함께 24시간 대응할 수 있도록 당직 체계를 운영한다. 재건성형은 협업이 필수다. 미세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모여야 하고 마취과, 신경외과 협진도 필요하다. 미세수술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난도 수술 중 하나다. 이 분야를 제대로 하는 병원을 만들겠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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