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서경석(54)씨의 요즘 일정에는 한국사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지방자치단체·학교 등의 강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달에 4~5차례 지방 강연을 다니고, 역사 관련 방송 토크쇼의 진행도 맡는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그래서 경석’에 올린 한국사 강의 영상은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서씨는 2024년 5월 처음 치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79점으로 2급을 받았다. 이후 94점과 99점으로 1급을 받은 뒤, 네 번째 응시한 2025년 2월 제73회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펴낸 『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은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씨는 “역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 교육에 대해 “교실과 현장에서 사실을 충실히 가르치되, 판단은 학생들에게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강의 중 가장 강조하는 점은.
“역사를 통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걸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사례는 벤치마킹해서 다음 세대가 더 큰 성공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아무리 바빠도 학생들이 역사는 배우고 넘어가야 한다.”
Q : 정부가 중학교 역사 수업 시간을 늘리고자 한다.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를 소재로 역사를 설명하려 해도 잘 소통이 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역사 수업 시간을 늘리는 데 동의한다.”
Q : 반대 의견도 꽤 있던데.
“다른 과목과 형평성 때문에 역사 수업을 늘리지 못한다면 현장 학습이라도 많이 시켜야 한다. 오감으로 역사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 수원 화성에 직접 가서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어떻게 거중기를 개발했는지 봐야 한다. 최근 전남 강진에 강연차 다녀왔다. 다산이 유배를 간 곳인데 그렇게 먼 곳인지 몰랐다. 다산은 그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는데 허송세월한 것이 아니라 책 500여권을 저술했다. 현장에 가면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더욱 확장된다.”
근·현대사 교육 비율을 높이려는 교육부 방침에 찬반이 나뉜다.
“현대사를 다룰 때면 한쪽 입장만 소개하는 것 아닌가 하고 나도 조심스럽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게 교수법을 고도화해야 한다. 사실을 알려주되 판단은 학생들에게 맡기는 식이다. ”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간담회에서 방송인 서경석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Q : 한국사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한국사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목표가 어려서부터 있었다. 2023년 서울 우리마포복지관에서 평균 연령 69세인 수강생 15명에게 재능 기부 차원에서 한국사 강의 봉사를 시작했다. 60~70대 수강생과 함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하겠다고 한 결심이 구체적인 계기가 됐다. 같이 공부한 15명 중 10명이 한국사시험 급수를 땄다. ”
Q : 2021년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10년간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 사교육 업체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시험일까 궁금했다. 시험 4개월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1차 시험에 통과한 뒤 2년 차에 2차를 붙었다. 2차 한 달 앞두고는 가족이 있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지인 집에서 쪽잠을 자면서 공부했다. 새벽에 집에 가서 잠깐 씻고 나와 라디오 방송 진행을 하러 갔다.”
외워야 할 게 많았을 텐데.
“임진왜란 발생 연도는 ‘왜구가 조선을 침략했는데 이러고 있을(일오구있·1592) 때가 아니다’라며 연상법으로 외운다. 공부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 시험장에서 생각나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사에 이어 문화관광해설사에도 도전하고 싶다. 고민을 오래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역사에서 실수로 깨닫듯 실패하더라도 경험해야 나만의 무기가 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짬뽕집을 운영하다 가게를 접은 적이 있다. 폐업 이후 앞으로는 제어가 가능한 길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머리로만 도전을 생각하다 지나치면 그 시간조차 나중엔 아깝다.”
🔍서경석=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뒤 1993년 방송사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1999년 중앙대에서 ‘한국 코미디언 스타 파워에 관한 연구’ 주제로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에는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땄다. 2015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진행을 맡다 8년 만인 2023년에 스스로 그만뒀다. 한국사 관련해 『서경석의 다이어트 한국사능력검사&기출문제집』『서경석의 한국사 일력 365』등 책 네 권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