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호황에 부동산 꿈틀할 수도…부동산 과세 정상화해야”
중앙일보
2026.06.19 21:17
2026.06.19 21:28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명목 국내총생산(GDP)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가와 영업이익, 세수, 경상수지라는 숫자들이 일제히 좋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번 호황은 착시가 아니고 진짜”라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다”며 “코스피는 9000선을 넘어섰고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인세 수입 증가로 재정 여력이 생겼고 국가채무비율은 다시 50%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라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거시지표 개선이 국민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는 10%를 넘겼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거시지표는 뜨겁지만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하는데 동네 상가는 공실을 걱정하고 있다”며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향하지만 폐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좋은 숫자들을 뉴스에서 보고는 있지만, 그것이 자기 삶과 연결된 현실이라고까지 느끼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하반기가 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되면 사람들 마음속에 확신이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라며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 지역의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며 “성과급이 지급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하며 수출 대금이 국내로 본격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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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세 정상화 필요…관건은 돈의 흐름”
김 실장은 호황의 과실이 부동산 시장으로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며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라고 반문한 뒤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며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 이것이 가장 불편한 그림”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관건은 이 돈을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라며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번 호황은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을 요구한다”며 “그리고 그 상상력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도 함께”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앞서 지난달에도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며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