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이 금지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다가 행인을 친 경우, 중앙선 침범 사고에 준해서 처벌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인천지방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운전자 A씨는 2023년 6월 좌회전이 금지된 황색 실선 중앙선을 침범해 좌회전하던 중 반대차선과 연결된 이면도로를 걸어가던 피해자 B씨를 들이받았다. 위 이미지는 판결문 속 그래픽을 재구성한 모습이다. 챗GPT
운전자 A씨는 2023년 6월 황색 실선 중앙선을 침범해 좌회전하던 중 반대차선과 연결된 이면도로를 걸어가던 피해자 B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78세인 B씨는 28주간 치료가 필요한 늑골 다발골절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운전자를 기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운전자 과실로 발생한 경미한 교통사고는 보험을 통해 피해를 회복하라는 취지다. 다만 단서조항에 따라 ‘12대 중과실’에 해당할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쟁점은 이번 교통사고를 ‘12대 중과실’ 중 중앙선 침범 사고로 볼 수 있는지였다.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하려면 중앙선 침범이 교통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한다.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선에서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A씨 사고는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던 중 보행자를 들이받은 경우라, 사고의 성격이 ‘중앙선 침범 사고’인지 일반적인 주행 중 사고인지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과실 정도가 중하고 B씨의 상해 정도가 심하여 죄책이 무겁다”며 이 사건을 중앙선 침범 사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이 중앙선 침범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고, A씨가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애초에 기소할 수 없었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A씨가 이미 좌회전을 마치고 진입한 이면도로 입구 부분을 걸어가던 보행자였기 때문에 중앙선 침범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도 중앙선 침범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의 중앙선 침범 상황이 끝난 후 교통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라, 중앙선을 침범해 좌회전하려는 와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B씨의 통행방법이 특별히 비정상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중앙선 침범 행위가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A씨가 운전하던 도로 전방에는 (이 사건 도로와 달리) 좌회전이 가능한 사거리가 있었으므로, B씨는 A씨가 (좌회전이 금지된 곳에서)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해 이면도로에 진입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라며 “반대차선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자신을 향해 돌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보행하는 보행자도 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