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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3개월간 0건…광주·전라 실험, 9월 전국 확대

중앙일보

2026.06.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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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대원이 차량에 이송침대를 넣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대원이 차량에 이송침대를 넣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4월 16일 전남에서 전신 화상을 입은 70대 중증 환자가 발생했다. 구급대는 병원 2곳에 의뢰했지만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하자 광역상황실에 지원을 요청했다. 광역상황실은 7분 만에 다른 광역시·도에 있는 화상 전문병원을 찾아 연결했다.

광주·전북·전남에서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떠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지난 3개월 동안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지난 3~5월 시범사업 결과 구급대 현장 체류 시간과 광역상황실 처리시간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됐다고 21일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9월까지 전국 모든 시·도 이송지침을 재정비해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구급대가 병원마다 전화를 돌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구조를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구급대나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병원별로 수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여러 병원에서 “받기 어렵다”는 답이 이어지면 이송이 지연됐고,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됐다.

시범사업 방식은 의료 인프라와 인구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역마다 다르게 했다. 광주는 지역 내 6개 응급의료기관 당직 의사와 구급대, 광역상황실이 참여하는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 결정위원회(FLT)를 운영했다. 시범사업 기간 FLT를 통해 조정한 이송 지연 사례는 27건이었다.

전북은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활용해 구급대와 병원이 환자 정보와 수용 가능 여부를 신속하게 주고받도록 했다. 전남은 자체 의료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감안해 광주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병원 선정이 지연될 경우 광역상황실에 조기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환자 분산 효과도 나타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수용은 2025년 일평균 35.6명에서 올해 5월 47.8명으로 늘었고,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증환자 수용은 같은 기간 79.1명에서 86.8명으로 증가했다. 중증환자의 일평균 사망자 수는 2025년 8.3명에서 올해 5월 7.1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곧바로 전국 공통 모델로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봤다. 이중규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19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3개월이어서 일반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면 시범사업 전후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각 지역 의료자원과 병원 간 거리, 배후진료 역량에 맞춰 이송지침을 다시 짜겠다는 방침이다. 7월까지 각 시·도에서 1차 개정안을 제출받고, 8월 보완을 거쳐 9월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의료계가 우려해온 ‘강제 수용’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는 선을 그었다. 이 정책관은 “사전에 연락 없이 그냥 환자를 보내고 무조건 받으라고 한 경우는 없었다”며 “도저히 병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원을 전제로 일단 환자를 받아달라고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학회는 19일 성명에서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의료진 법적 부담 완화 등 현장 의견을 제도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번 사업이 “민간의 창의와 공공의 협력, 전문가 의견에 대한 존중, 기관 간 협조와 양보·조정”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응급실이 환자를 받아도 수술·입원·중환자실 등 배후진료가 따라주지 않으면 ‘수용 뒤 지연’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이날 호남권 현장 간담회에서도 배후진료 강화,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환자 이송 기준 정비, 우선수용병원의 법적·제도적 뒷받침, 지역별 시스템 연계와 정보공유 지원 등이 보완 과제로 제기됐다.

정부는 응급의료기관 재지정 과정에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질환 최종치료 역량을 평가하고, 현재 44곳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최대 60여 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필수의료 배상보험료 지원 대상을 신생아·응급 분야까지 확대하고, 전문의 기준 배상 한도 약 17억원, 보험료 지원 1인당 175만원 수준의 지원책도 추진한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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