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계 늦깎이 스타가 독일 대표팀을 구했다. 21일(한국시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코트디부아르전에 0-1로 뒤지던 후반 16분에 교체 투입돼 두 골을 터트리며 2-1 역전승을 이끈 데니즈 운다브(30·슈투트가르트)가 그 주인공이다.
운다브는 후반 23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에는 극적인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강한 패스를 가볍게 받아낸 뒤 뒤로 돌아서는 연결동작이 돋보였다.
경기 MVP 선정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한동안 월드컵 출전은 그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 같은 꿈이었다. 16세 때는 베르더 브레맨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서 낙오했다. 그는 “키 때문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18세 때 세미 프로인 4부리그 하벨세와 계약했다. 주급은 120파운드(약 20만원)에 불과했다. 운다브는 “축구만해서는 먹고 살 수 없었다. 하루 8시간씩 공장에서 레이저 기계를 조작하는 일을 했다”며 “새벽 4시에 일어나 공장에 출근하고 퇴근 후에 훈련장에 갔다. 집에는 오후 8시나 돼야 돌아왔다. 그런 일상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데니스 운다브가 20일 열린 코트디부아르과 북중미 월드컵 E조 조별리그에서 첫 골을 터트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끈질기게 살아남아 조금씩 성장한 그는 2020년에는 벨기에 2부리그의 생질루아즈로 이적해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2021~22시즌에는 벨기에 1부리그에서 26골을 터트리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에 발탁됐다.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2경기 출전해 5골에 그쳤지만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해 자리를 잡았다. 2025~26시즌에는 19골을 터트리며 바이에른 뮌헨의 해리 케인에 이어 득점 랭킹 2위에 올랐다.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건 2024년 3월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터키 출신이라 터키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었지만 독일 대표팀을 택했다. 공장을 다니며 4부리그에서 뛰던 터키계 독일인이 28세의 늦은 나이에 독일 대표팀의 일원이 된 것이다.
독일 대표가 된 뒤에도 그는 야망이 식지 않고 있다. 유로 2024 때 벤치 멤버였던 그는 지난 3월 가나 평가전에서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넣은 뒤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스스로 지나치게 압박을 줄 필요는 없다”며 “선발로 뛰었다면 골을 못 넣었을 수도 있다”고 운다브의 강한 열망을 경계했다.
운다브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발언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컵에서 2경기에 잇달아 교체 선수로 출전해 3골 2도움을 올렸다. 1경기를 덜 치른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연승으로 일찌감치 32강 진출을 확정지은 독일은 26일 에콰도르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운다브의 선발 투입에 대한 질문에 “확실하다”며 “내가 왜 좋은 흐름을 망치겠냐”라고 답했다.
운다브는 지난 1일 열린 핀란드와 평가전에는 선발로 출전해 2골을 터트리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현재까지 A매치 11경기에 출전해 9골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