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하면서 14년째 제자리걸음인 상비약 판매 제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을 기존 11개에서 최대 20개로 늘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약국이 없는 지역이나 심야 시간대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해 당사자인 약사단체의 반대가 거세 실제 확대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편의점 GS25에서 상비약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GS25
2012년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은 최대 20개 품목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14년째 13종에 머물러 있으며, 이 가운데 2종은 생산이 중단돼 현재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 등 11종만 판매되고 있다. 현행법상 지사제·화상연고·인공눈물도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한 품목이다.
2018년 품목 확대를 위한 지정심의위원회가 열렸지만, 대한약사회의 강한 반발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이후 심의위도 열리지 않았다.
편의점 상비약에 대한 수요는 높다. GS25에 따르면 의약품 매출의 57.2%가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오후 6시~익일 오전 6시)에 발생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2023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71.5%가 편의점에서 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62.1%는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상비약 확대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의점 CU에서 판매 중인 상비약. 사진 CU
반면 약사단체는 복약지도가 이뤄지지 않는 편의점에서 상비약 판매가 확대될 경우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품목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의 건강권과 편의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