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문하며 주목을 받은 서울의 대표 삼계탕 전문점 토속촌은 기본 삼계탕 한 그릇을 2만원에 팔고 있다. 종로 일대 직장인이 즐겨 찾는 고려삼계탕 역시 기본 삼계탕 가격이 2만원이다. 배양근이나 전복 등을 더한 메뉴는 2만원을 훌쩍 넘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초복에 삼계탕 한 그릇 먹는 것도 사치가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올여름 외식 물가와 밥상 물가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예년보다 이른 폭염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까지 겹쳤다. 여기에 평년보다 많은 비와 폭염이 예고되면서 여름철 물가는 더 뛸 전망이다.
김경진 기자
2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이달 육계 닭고기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은 ㎏당 6650원으로, 지난해 6월 5568원보다 19.4% 올랐다. ㎏당 육계 소비자 가격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5900원대였지만, 3월 6300원대, 4월과 5월 6500원대를 거쳐 이달에는 6600원선마저 넘어섰다.
밥상 물가의 대표 품목인 계란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달 특란 10구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5222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6월(3786원)보다 38.6% 상승했다. 특란 10구 소비자가격이 월평균 기준으로 5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란 1개에 500원꼴이다. 특란 30구 기준으로는 7000원이 넘었다. 일부 마트에서는 달걀 한 판을 9000원대에 팔고 있다.
계란과 닭고기 가격 급등한 건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 지난해 겨울 이후 확산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1121만6000여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생산량이 줄었고, 육계 공급도 타격을 입었다. 계란 수급 불안이 이어지자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할인 판매 계란 물량에 대해 ‘1인 1판’ 구매 제한을 적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와 본격적인 복날 수요가 맞물리면서 여름철 보양식 수요가 커진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기온 상승이 농작물 생육 저하와 가축 폐사로 이어져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히트플레이션)이 겹친 것이다.
이상기후로 값이 들썩이는 건 계란·닭고기뿐만이 아니다. 다른 농산물과 수산물의 가격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통계를 보면 이달 대파의 1㎏당 소매가는 2827원으로, 지난해 6월(2388원) 대비 18.4% 올랐다. 적상추와 청상추의 100g당 전국 평균 소매가는 이달 각각 1023원, 1024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800~900원대에서 다시 1000원대로 올라섰다. 대표적 여름 과일인 수박 한 통의 소매가격도 이달 평균 2만4292원으로, 지난해 6월(2만2309원) 대비 8.9% 올랐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수입 농축수산물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국민 생선’인 고등어의 경우 수입산(염장) 1손당 소매가격이 이달 1만803원으로, 지난해 6월(8541원)과 비교해 26.5%나 치솟았다.
문제는 여름철 물가 불안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염과 장마가 겹치면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6월 중순 서울의 평년 최고기온은 27~28도 수준이지만, 올해는 이미 30도를 크게 웃도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남·서남권에는 지난 18일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는데, 이는 지난해 첫 발령일인 6월 30일보다 12일 빠르다.
정부도 수급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정부 비축 수산물 최대 8000t을 시장에 공급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무 등 주요 품목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총 3만4000t의 비축 물량을 필요 시 즉시 방출할 계획이다. 계란은 3000만 개 이상 수입하고, 닭고기는 부화용 종란 1700만 개를 순차적으로 들여와 여름철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로 했다.
인하대 이은희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비축 물량 방출과 수입 확대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산지 생산성 저하 속도가 워낙 빨라 단기간에 공급이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본격적인 장마와 폭염이 겹치는 7~8월이 밥상 물가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