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고전하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에 수요가 늘어난 ESS가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어서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0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 2078억원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한다는 예상이다. 삼성SDI 역시 1분기 1556억원 영업적자였지만, 이번엔 적자 폭을 절반 이상 줄일 것으로 관측한다. SK온도 가동률 개선과 출하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ESS 사업 확대를 꼽는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ESS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글로벌 ESS 신규 설치 규모를 459.4기가와트시(GWh)로 전망했다. 지난해 306.6GWh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국 전망치는 기존 예상보다 35% 상향 조정됐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ESS 수요 확대에 맞춰 한국 업체들의 미국 현지 생산 능력도 높아졌다. 배터리 업체의 ESS 매출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최대 종합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총 6GWh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6억 달러(약 2조4000억원)다. DTE에너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오라클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한 주요 전력망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북미 최초로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 4개, 캐나다 1개 등 북미 지역 총 5개의 ESS 생산 거점을 운영·구축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에너지 전문 업체와 1조5000억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순차 공급한다. SK온도 올해 글로벌 ESS 시장에서 20GWh 이상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고객사와 10GWh 이상 규모의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다.
전기차 시장에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희소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년 연속 역성장한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 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 공장 역시 테슬라에 탑재되는 원통형 배터리 출하 증가로 가동률이 사실상 최대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수요 회복만 기다리던 국면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의 수혜를 보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ESS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